예상과 전혀 다른 경기였다.
28일 안산에서는 리그 선두 현대캐피탈과 최하위 OK저축은행의 3라운드 대결이 펼쳐졌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8연승 그리고 2위 대한항공과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OK저축은행은 어려운 레이스를 계속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적어도 이날만큼은 결코 1위와 7위의 싸움이 아니었다. 흡사 라이벌전이나 챔프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접전의 접전을 펼쳤다. 물론 결과는 세트 스코어 3-1로 현대캐피탈의 승리로 끝났지만…경기 내용에서는 현대캐피탈이 매우 힘든 경기를 했고, 필자가 본 올 시즌 OK저축은행의 경기 중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2세트를 제외하고 무려 세 세트를 듀스 접전을 펼친 경기. 오히려 현대캐피탈이 질 수도 있었던 그런 경기였다.
승리한 쪽은 어쨌든 승점 3점을 챙기며 기분 좋게 전반기를 마감했다. 반면 연패를 끊어내지 못한 OK저축은행은 긍정적으로는 후반기를 기대하게 만든 경기였지만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 것이 사실이다.
차지환,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되기를…
공격 점유율 34.15% 공격 성공률 54.76% 그리고 24득점으로 팀 내 최다득점을 올렸다. 심지어 범실도 단 4개에 불과했다. 아마도 OK저축은행이 올 시즌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것처럼 차지환도 올 시즌 최고의 경기를 펼친 것 같다. 적어도 필자의 기억에서는 말이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그가 보여준 최고의 날이었던 것 같다. 승패를 떠나 이날은 분명 OK저축은행의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이 경기로 차지환의 경기력이 바뀔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또다시 범실과 벽치기를 하면서 플레이 타임이 줄어들 수도 있다. 다만 좀 후한 점수(?)를 준다면 이날의 리듬과 기분을 잃지 않아야 한다.
차지환은 2m에 가까운 선수로 매우 훌륭한 피지컬을 갖췄다. 게다가 공격력도 매우 좋은 선수였다. 적어도 허수봉과 함께 뛰던 상무에서는 만큼은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무 시절 차지환의 강력한 공격력에 매우 흥미를 느끼게 됐고, 그가 토종 공격수로 V리그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상무 시절에는 과연 용어로 ‘라이트’에서 뛰었다. 설령 소속팀 복귀해서 리시브를 받아야 한다고 해도 공격력은 잃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제대한 이후 차지환의 행보는 사실 실망스러움과 안타까움만 남았다. 리시브 부담을 고려한다고 해도 상무에서 보여줬던 강력한 공격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이번 경기를 계기로 차지환이 자신감 있는 공격을 하길 바란다. 어차피 팀이 최하위를 달리는 것은 차지환의 책임이 아니다. 그에게는 아픈 말이지만 차지환이 팀의 중심이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 어쩌면 팀에서도 그런 모습을 바랄 수도…제발 이날의 경기가 한번 반짝한 경기가 되지 않기를…
또 다른 인생 경기의 주인공 신펑
차지환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면 현대캐피탈은 신펑이 있었다. 공격 점유율은 18.18%에 불과했다. 하지만 성공률 62.5% 공격 범실은 단 한 개였다. 이상하게도 오픈 공격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신펑은 이날도 그랬다. 여섯 번의 공격 중 네 번을 성공시켰다. 물론 횟수가 적어서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팀 에이스 허수봉과 비교하면 이날은 신펑이 더 좋은 모습이었다는 것.
다만 신펑이 확실하게 입지를 굳히거나 블랑 감독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공격 점유율을 좀 더 높여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공격에서 확실하게 결정을 지어주면서 세터로 하여금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의 공격력은 물음표다.
이 경기는 워낙 경기력이 좋아서 퀵오픈에서도 높은 성공률을 보였지만, 사실 정상적인(?) 공격에서 신펑은 불안 요소가 많다. 블로킹에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코트 밖으로 공을 날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이 적은 선수라 미래가 기대되지만, 그는 한국 선수가 아니라 V리그에서 미래는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
어쨌든 팀에는 레오와 허수봉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좀 더 과감한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경기가 위태로우면 전광인이 들어와도 된다. 즉 신펑에게 많은 책임을 부여하지 않는 팀이다. 스스로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고 위축된 플레이를 할 필요도 없다.
어쩌면 허수봉 때문에…
이날 분명 OK저축은행이 경기력이 좋았다. 그런데 레오-신펑이 60%가 넘는 공격 성공률을 기록함에도 어려운 경기를 한 것은 허수봉의 부진이 아닐까 한다. 허수봉은 이 경기에서 18득점 성공률 45.45%를 기록했다. 지난 경기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지만,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날도 그때처럼 좋은 경기력이 아니었다.
공격으로 15득점을 올렸지만 7개의 범실을 했다. 기록상도 좋지 않았지만, 팀이 위기에 있을 때 활로를 뚫어준 것이 아니라 벽치기와 범실로 더욱 위태롭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만…적어도 전반기 마지막 경기는 허수봉 때문에 위태로운 현대캐피탈이었다.
사진 : https://sports.news.naver.com/photocenter/photo?albumId=151764&photoId=4181767&category=volley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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