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력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해결사가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였다.
Game Review
9일 의정부에서는 5연승 중인 한국전력과 5연패 중인 KB손해보험이 만났다. 현재 위치는 극과 극이었다. 그런데 연승 중인 팀보다 연패 중인 팀의 분위기가 더 좋았다. KB손해보험은 공격수 나경복에 이어 세터 황택의가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반면 개막 5연승을 달린 한국전력은 직전 경기에서 외국인 공격수 루이스 엘리안 에스트라가 부상을 당하며 전력의 절반이 사라졌다. 어쩌면 경기력도 크게 좋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한국전력은 좋은 경기력을 유지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단 1점의 승점도 따지 못했을 뿐이다.
팽팽하던 1세트는 복귀한 세터 황택의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20-18로 리드하던 KB손해보험 그리고 서브 포지션에 황택의가 들어갔다. 황택의의 첫 번째 서브는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며 반격 기회를 맞았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비예나가 마무리하면서 21-18을 만들었다. 과거(?) 케이타 시절 KB손해보험의 가장 강력한 득점 루트 중 하나가 모처럼 발휘됐다. 계속된 황택의의 서브. 이번에는 반격 기회가 아닌 황택의가 상대 코트에 서브를 강하게 꽂아버리면서 득점. 어느덧 4점 차가 됐다. 이어 상대(전진선)의 범실까지 나오면서 23-18. 사실상 황택의에 의해서 세트가 마무리됐다.
두 번째 세트 역시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22-22…그런데 이번에는 KB손해보험의 비예나가 범실을 하면서 한국전력이 한발 앞서게 됐다. 이어 신인 이준영이 속공 범실로 스코어는 22-24로 한국전력이 세트 포인트에 도달하게 됐다.
23-24. 여전히 한국전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하지만 이번에는 나경복이 팀을 구했다. 서브 에이스로 1세트를 끝냈던 나경복이 다시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한국전력이 쉽게 가져가야 할 세트가 24-24 듀스가 됐다. 한국전력은 여전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확실하게 득점을 해줄 수 있는 공격수가 없었다. 반면 비예나-나경복이 버티고 있던 KB손해보험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반전을 만들며 두 번째 세트도 따냈다.
마지막 세트에 몰려 있던 한국전력은 3세트 구교혁을 빼고 김동영을 투입했다. 분위기 반전의 카드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한국전력은 23-22에서 동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반면 상대에게 기회를 넘겨줬다. 그리고 24-23 매치 포인트에 몰린 순간에도 기회는 있었지만, 득점으로 마무리 지어줄 공격수가 없었다. 결국 3세트도 KB손해보험 25-23으로 따내며 시즌 첫 승을 3-0으로 따냈다. 반면 한국전력은 엘리안이 너무도 그리웠던 하루였다.
KB손해보험, 공격수들이 날개 달았다
황택의가 돌아왔다. 그러나 지난 5경기가 너무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큰 의미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었다. 배구 팬들에게는 황택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세터다. 그러나 이현승-박현빈 체제를 통해서 황택의가 결코 나쁜 세터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이날 나경복은 19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성공률은 무려 69.57% 23번의 공격을 시도하는 동안 범실은 단 한 개였다. 물론 비예나가 48.39%를 기록했지만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비예나는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키가 작다, 어떻다 등등 여러 가지 말들이 있지만 트라이아웃 제도에서는 비예나가 절대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 한두 해 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입증이 됐다. 따라서 나경복만 잘해주면 일단 공격에서 KB손해보험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세터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물론 OH의 한 자리가 문제다. KB손해보험이 강력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비예나-나경복-AQ 체제면 좋겠지만 스테이플즈(마지막 세트에 잠깐 나왔지만…)는 뭐 하는 캐릭터(?)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 KB손해보험이 이전처럼 무기력한 경기는 하지 않을 것 같다.
황택의의 토스, 그리고 분위기를 바꾸는 최대 강점(?)인 강한 서브라면 2라운드부터 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야마토 있음에…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엘리안은 시즌 아웃을 당했다. 새로운 선수를 구하는 것?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다. 그가 정상적으로 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런데 이날은 엘리안의 부재가 많이 느껴졌다. 물론 임성진(15득점 성공률 50%)과 구교혁(8득점 성공률 53.33%)이 나름 잘 해줬지만 승리로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신영석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방법은 없다. 그냥 버티는 수 밖에…
다만 모든 것을 배제하더라도 세터 야마토 나카노는 V리그에서는 모처럼 보는 세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전력의 승패를 떠나 야마토의 토스에 감탄이 나온다. 필자가 식견이 없는 터라…그냥 올 시즌 야마토의 토스를 보면서 과거 신영철 세터,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김성현 세터의 토스를 보는 것 같았다(물론 최태웅, 권영민, 한선수 등 V리그에도 훌륭한 세터가 많았지만 필자의 기억 속에는 신영철, 김성현의 플레이가 더 화려하게 기억된다). 이날도 공격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화려한 토스를 뒷받침하지 못했을 뿐이다.
사실 필자는 오기노 마사지 감독(현역 시절 세터는 아니었지만…)이 OK저축은행의 세터들을 이런 스타일로 만들 줄 알았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화려한 토스를 보게 됐다.
어쨌든 시즌 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V리그에서 최고의 세터를 꼽으라면 야마토가 아닐지…용병이 없는 상황. 그래도 현란한 토스와 다양한 공격으로 한국전력을 지탱해주길 기대해본다.
구교혁의 육성을 기대하며…
한국전력의 OH 구교혁. 이날 2세트까지 뛰며 8득점을 올렸다. 다만 3세트에는 나서지 않았다. 올 시즌 구교혁은 ‘게임체인저’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그의 플레이는 단순히 백업 정도가 아니라 충분히 육성하고 기대할 만한 자원이 아닌가 생각된다.
192cm의 신장이 약간은 아쉽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발도 빠르고 공격도 시원하게 한다고 해야 할까? 스피드와 호쾌함은 임성진보다 더 낫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체공력도 있고…야마토 세터 체제에서는 다양한 패턴 플레이도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면 그는 밀려날 수밖에 없고, 풀타임으로 뛰면 다르겠지만, 당분간은 OH 자원 중에 가장 앞선 인물이 아닐지…그리고 꾸준히 키워봐도 좋은 그런 선수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그가 성장할지, 어떤 선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매력 있는 인물이다.
사진 : KB손해보험 스타즈
'KOVO > V-Zo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리만 보였던 우리카드, 과연 색깔은? (3) | 2024.11.17 |
---|---|
한국전력, 지금의 리듬을 잃어서는 안 된다 (0) | 2024.11.15 |
블랑 감독의 전략인가? 고집인가? (1) | 2024.11.07 |
현대캐피탈의 리버스 스윕, 블랑 감독 마음을 바꿀까? (0) | 2024.10.27 |
KB손해보험 빠른 정비 없으면 올 시즌도 끝이다 (5) | 2024.10.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