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변화의 바람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일 것이다.
23일 수원에서 펼쳐진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의 시즌 첫 경기는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25-20, 22-25, 27-25, 20-18) 한국전력이 승리하며 시즌 첫 승과 함께 승점 2점을 챙겼다. 특별히 4세트와 5세트는 승패를 떠나 두 팀은 정말 멋진 승부를 펼쳤다.
그런데 이날 한 가지 주목할 것을 한국전력이 대한항공에 승리한 것 정도가 아니다. 한국전력의 공격을 이끌었던 공격수가 아닌 외국인 세터 ‘야마토 나카노’였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과거 우리캐피탈이 외국인 세터 블라도를 영입한 이후 V리그에서 외국인 세터는 볼 수 없었다. 리그 초창기에는 미들 블로커를 영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어느 순간부터는 모두 아포짓…어쨌든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블라도 이후 V리그에서는 두 번째 외국인 세터일 것이다. 물론 야마토는 아시아 쿼터로 선발이 된 선수지만…
어쨌든 세터라는 포지션이 공격수와 호흡을 맞춰야 할 시간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로 소통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공격수라면 세터 한 명과 호흡을 맞추면 그만이지만 세터라면 나머지 5명의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어쩌면 한국전력은 모험을 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주전 세터 하승우의 군입대. 그렇다고 새로운 인물을 트레이드한 것도 아니었다.
감독도 국내 지도자(?), 보강된 전력은 없었다. 신영석-서재덕도 어쨌든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임성진에게 매달리기에도 아직은…이처럼 모든 것이 좀 불안하고 부족했다. 하지만 한 경기지만 야마토가 크게 이상해지지 않는다면 올 시즌 한국전력은 해볼 만할 것 같다.
일단 이날 토종 공격수 임성진은 팀내 최다 득점인 26득점을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에서도 64.71%로 맹활약했다. 특히 마지막 세트에서 다리 경련에도 만들어낸 서브 에이스. 여러모로 인생 경기를 했다. 물론 이런 날도 있겠지만 최고의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세터 야마토 덕분이었다. 언어가 다르고 함께한 시간이 매우 부족하지만, 그동안 한국전력에 있었던 세터들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질 것이 없었다. 다음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임성진이 인생 경기 수준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당일 컨디션 때문이 아니라는 것.
경기를 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중앙에서 신영석과 속공 호흡은 물론 전진선과의 속공 호흡도 매우 훌륭했다. 신영석의 속공은 사실 전성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여기에 주 공격수 엘리안에게 올라가는 것도 최대한 힘을 쏟아낼 수 있게 보냈다. 완전히 잡아놓고 쏴주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앞으로 꾸준히 지켜봐야겠지만 시즌 첫 경기에서 보여준 공격수들과의 호흡이라면 미안하지만, 하승우의 공백은 한국전력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다만 혼자 풀타임을 소화할 수는 없고 교체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한국전력 벤치의 숙제이고, 김주영을 잘 육성하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올 시즌도 대한항공은 혼자 독주를 할 것이고, 나머지 팀들이 따라가는 상황이다. 이제 시즌이 시작됐음에도 벌써 밑에서 나 홀로 레이스를 펼칠 것 같은 팀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전력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전력의 공격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세터가 있기 때문이다.
몇 개월 함께 하지 않고도 공격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세터도 있는데 몇 년을 함께 해도 공격수 허리를 꺾이게 하는 세터들은…어쨌든 야마토의 비상과 한국전력의 비상을 응원한다.
사진 :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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