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판단이 한쪽은 전날의 충격적인 패배를 잊어버리게 했다. 반면 다른 한쪽은 길고 긴 연패를 이어가게 했다.
16일부터 창원 NC 파크에서는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주말 3연전이 시작됐다. 그리고 첫판은 다소 엉뚱한 상황으로 결판이 났다. 삼성은 9회초 NC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빅이닝을 만들며 마무리 걱정을 하지 않으며 7-3으로 승리했다.
삼성은 좌완 이승현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은 황동재가 비록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태훈이 등판하자마자 동점 3점포를 허용하며 전날의 악몽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았으나 이후 이승현-최채흥-임창민이 3이닝을 퍼팩트로 막아내면서 팀 승리를 지켰다.
반면 NC는 선발 목지훈에 이어 등판한 임상현 등 영건들의 비교적 훌륭한 피칭과 서호철이 동점 3점포를 기록했으나 어이없는 실책과 9회 참사(?)로 최근 8연패 수렁에 빠지게 됐다.
Game Review
NC와 삼성의 시즌 12차전은 NC 목지훈과 삼성 황동재의 선발 맞대결로 이루어졌다. 두 투수는 올 시즌 붙박이 로테이션 투수들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대체 선발로 등판한 것. 어쩌면 주말 3연전 첫판은 무서운(?) 타격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경기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갔다.
목지훈은 최고 150km 평균 140km 중후반의 빠른 볼과 과감한 공격적인 피칭으로 1회를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참고로 슬라이더 130km 중후반, 커브 120km 초반의 구속을 기록했다. 삼성 황동재 역시 1회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런데 목지훈은 두 번째 이닝에서 갑자기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매력적인 빠른 볼을 던지기는 했지만 제구력에 이상이 생겼다. 선두타자 김영웅을 범타로 처리한 이후 박병호-이재현-류지혁을 모두 볼넷으로 출루시킨 것. 물론 도망가는 피칭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알 수 없는 제구력 난조는…
어쨌든 1사 만루에서 9번 김헌곤과 승부에서 볼카운드 1-2로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하지만 어정쩡한 변화구가 높게 형성됐고 김헌곤은 놓치지 않고 가볍게 타격하며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1-0으로 삼성이 선취 득점에 성공한 것. 계속된 1사 만루에서 김지찬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굳이 이 상황을 지적한다면 김지찬이 절대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 투수가 갑자기 흔들렸다. 그리고 초구와 이구가 모두 볼이었다. 카운트 2-0 그런데 이후 파울을 만들더니 스트라이크 존과 관계없는 쪽으로 흘러간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것. 결과적으로 2사 만루에서 윤정빈도 볼넷을 얻어내며 밀어내기 득점이 나왔다.
어쨌든 볼넷은 투수에게 재앙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반격에 나선 NC. 2회말 1사 후 연속 안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황동재는 후속 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위기 뒤에 찬스, 찬스 뒤에 위기라고 하지 않았던가…삼성은 3회초 선두타자 강민호의 볼넷과 김영웅의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박병호의 잘맞은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걸리며 더블 아웃. 순식간에 2사 1루가 됐다. 이제 NC의 분위기로 넘어 올 수 있는 상황…하지만 이재현이 1타점 2루타로 삼성은 3-0으로 1점을 더 달아났다.
목지훈은 3회까지 투구를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3이닝 4피안타 볼넷 5개 3실점(자책). 프로 2년차 사실상 루키 시즌인 그에게 많은 것을 바랄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장점이 있는 투수였다. 특별히 빠른 볼과 과감한 승부를 펼치는 것은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다만 제구력이 문제인 것. 그리고 빠른 볼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확실한 변화구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목지훈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임상현. 올 시즌 입단한 오리지널(?) 루키. 역시나 강한 인상을 남기고 경기를 마쳤다. 임상현은 4회부터 6회까지 3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줬을 뿐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3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148km에 타자에게 도망가지 않고 시원시원한 승부를 펼친 것이 매우 이상적이었다. 당장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NC가 분명 좋은 투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삼성 황동재는 5회까지 사실 완벽한 피칭을 했다. 안타 3개를 허용했지만 볼넷은 없었고, 실점도 없었다. 삼진은 2개를 기록 중이었다. 그런데 6회말 선두타자 김주원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어 1번 타자 박민우에게 2루타를 허용한 것. 삼성 벤치는 곧바로 황동재를 내리고 김태훈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결과론적으로 완전한 실패였다.
믿었던 김태훈은 마운드에 올라와서 첫 타자 서호철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3점포를 허용한 것. 이닝은 달랐지만 전날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같았다. 반면 NC는 한방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문제의 장면이 7회초 삼성 공격에서 나오고 말았다.
리드를 한순간에 날리고 맞이한 삼성의 7회초.
선두타자 김지찬이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1루수는 전진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포수 김형준이 번트를 잡아서 1루에 송구했다. 하지만 이는 참사(?)가 되고 말았다. 1루수가 번트를 잡기 위해 뛰어 들어왔다. 당연히 1루가 비었다. 그리고 김형준이 볼을 잡았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박민우의 커버가 조금 늦은 상황에서 김형준은 그대로 송구를 했다. 하지만 박민우는 잡을 수 없었다. 그 결과 무사 1루로 끝나야 할 상황이 무사 2루가 됐다.
이것은 김형준의 본 헤드 플레이였다. 어차피 1루에 송구를 받을 수 있는 야수가 없었다. 만약 박민우가 잡았어도 아슬아슬한 상황 혹은 세이프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냥 던져버렸다. 왜 그랬을까? 어쨌든 이후 1사 1,3루에서 강민호의 희생플라이로 삼성은 쉽게(?) 역전에 성공했다. 4-3.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삼성도 마무리 때문에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 하지만 김태훈도 홈런 이후에는 문제없이 막아냈고, 이어 나온 불펜들은 3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반면 NC는 그렇지 않았다. 9회 마무리 이용찬을 마운드에 올리는 총력전 아닌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용찬은 김헌곤을 동료의 도움으로(우익수 천재환의 기막힌 호수비) 첫 번째 아웃을 만들었다.
뭐 사실 김헌곤의 타구도 호수비가 아니었다면…아무튼 이용찬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1사 후 김지찬의 볼넷과 김현준의 안타로 만든 1사 1,2루에서 구자욱이 1타점 적시 2루타를 기록하며 삼성은 5-3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계속된 1사 2,3루에서 강민호의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가 득점에 성공하며 6-3이 됐다. 계속된 상황에서 김영웅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스코어는 7-3이 됐다. NC는 마무리 이용찬을 내리고 배재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 경기 전까지 7연패 중이던 NC. 당연히 이용찬이 세이브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등판시킨 것은 좋았지만 한 박자 빠른 교체를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줄 점수 다 주고 마운드에서 내린 것은 뚝심이 아닌 실패한 용병술이었다.
8회 등판했던 삼성의 임창민은 9회말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이날 경기를 요약하면 어쨌든 김형준의 실책이 원흉이었고, 팀은 8연패 수렁에서 허우적되게 됐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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