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맹수(?) 매치.
두 팀의 시즌 전적, 그리고 객관적인 전력을 떠나 많이 흥미로운 대결이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한국시리즈 서스펜디드가 나왔다. 이는 분명 KBO의 미숙한 운영이었고 누군가는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KIA는 모든 것을 뒤집고 광주에서 2경기를 모두 잡아냈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 그리고 싱겁게 끝날 것 같은 맹수 시리즈. 하지만 벼랑 끝의 삼성을 살린 영웅들이 있었다. 홈런 군단답게 대포를 가동한 이성규, 김영웅, 김헌곤, 박병호는 분명 팀을 승리로 이끈 주역들이지만 수비에서 더 빛난 이들이 있었다.
가을 무대 ‘극강의 에이스’로 거듭난 레예스
시즌 내내 좋은 활약 아니 팀의 1선발 역할을 했던 코너가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플레이오프 때부터 삼성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토종 에이스 원태인과 함께 팀 마운드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는 데니 레예스가 있기에 삼성은 예상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레예스는 이미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13.2이닝 3실점(1자책)으로 팀이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사상 초유의 더블헤더 아닌 더블헤더(?)가 펼쳐진 한국시리즈 1,2차전. 삼성은 모두 내주면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황. 아니 많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도 KIA 선발 라우어가 더 안정적인 인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레예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무서운 KIA 타선에게 무릎 꿇지 않았다.
레예스는 많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7이닝 5피안타 삼진 7개를 잡아내며 1실점으로 한국시리즈 승리 투수가 됐다. 특히 3회 1사 1,2루의 위기도 있었고, 5회와 6회에도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위기는 직면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혼신의 역투를 통해 팀을 구해냈다. 어차피 한국시리즈는 내일은 없는 시리즈다. 하지만 레예스의 역투는 삼성에게 내일을 선물했다(3차전 졌다고 해도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겠지만…).
레예스 그리고 팀을 구한 3번과 7번
3번 타자와 7번 타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3번과 7번은 수비 번호다. 만약 3차전에서 이들의 수비가 없었다면 레예스도 일찌감치 무너질 수 있었다. 그리고 시리즈도 사실상 끝이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수비는 시리즈 1승을 하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회초 1사 후 레예스는 나성범과 김선빈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타석에는 서건창. 절대적으로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선취점이라도 내준다면 어려운 분위기가 지속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서건창의 1루 땅볼을 디아즈가 잡아서 주저 없이 2루에 송구하며 1루 주자를 잡아냈고, 다시 커버를 들어가 타자 주자 서건창도 잡아냈다. 결과는 이닝 종료.
별것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디아즈의 이 수비는 그가 홈런 한 방을 때리는 것보다 값진 플레이였다.
이성규의 선제 솔로포 리드를 잡은 삼성. 하지만 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5회초 선두타자 나성범의 안타에 이은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그리고 레예스는 서건창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1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물론 김태군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 돌렸지만…최원준의 타구는 거의 적시타의 가능성 혹은 수비를 지나 펜스로 날아갈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좌익수 김헌곤이 넘어지면서 타구를…잡았다.
만약 이것이 빠졌다면 3차전도 KIA의 승리가 쉽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활발한 타격과 득점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견고한 수비는 더더욱 중요하다. 3차전은 레예스의 호투는 물론 삼성 수비수들의 강력한 수비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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