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2024 WBSC 프리미어 12 한-일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3-6으로 패하며 조별리그 1승 2패로 슈퍼라운드 진출이 불투명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세 번째 경기는 한-일전이었다. 대한민국의 정서상 객관적인 전력과 별개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였다. 물론 스포츠에서 반드시는 없다. 또한, 일본은 늘 우리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자랑하는 팀이었다.
그런데 과거에는 BEST 전력으로만 붙으면 단기전에서는 해볼 만했다. 냉정히 말하며 2006년 WBC 이전까지 한-일전은 BEST vs BEST는 아니었다. 그러나 2006년 WBC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그리고 2009년 WBC는 비록 단기전이지만 우리나라가 일본을 잡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경기들이었다. 그러나 이후 한국 대표팀은 아니 한국 프로야구는 성장이 아닌 퇴보를 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국가대표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퇴장을 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주역들은 탄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한국 야구는 일본을 넘볼 수 없는 그런 수준이 됐다. 최근 몇 년간 국가대표 성적표를 보면 처참하다. 그런데 그 순간만 반짝할 뿐 전혀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단 15일 한-일전 패배만 문제가 아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1천만 관중 돌파, 여러 가지로 성공한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팬들이 늘어나고 야구 인프라의 확충 혹은 여러 가지 환경의 발전과 별개로 선수들의 기량은 너무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물론 필자가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액을 받았다고 선수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 야구가 더욱 탄탄대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국내 리그만이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일본이 문제가 아니라 대만에게도 잡힌 현실을 모두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심지어 야구의 변방이라고 생각했던 네덜란드,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에게도 힘을 쓰지 못하는 한국 야구. 심각한 수준이 아닐까? 그런데도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다.
일본 킬러 or 좌완 발굴? 이것이 문제가 아니다
프리미어12 대표 선수단은 KBO리그의 최정예 멤버가 아니다. 그렇다고 스스로 위로해서는 안 된다. 일본이라고 리그 최강의 멤버로 구성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여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만 가지고 ‘일본 킬러 발굴’ 혹은 ‘좌완 발굴’이라는 헛소리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 킬러/좌완 발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다.
1980-90년대를 배제하자. 2000년대 이후 일본 전에 강한 투수를 꼽으라면 김광현이 있다. 물론 김광현도 두 번째 만남에서는 대책이 없는 투수가 되기도…어쨌든 김광현이 대표팀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는 중요한 경기를 따낸 투수에게 모든 관심이 쏟아졌기에 다른 투수들은 없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당시 선발 자원에는 류현진, 윤석민, 양현종 등이 있었다. 불펜 투수들도 전성기 오승환도 있었고, 올림픽 히어로 정대현과 같은 투수도 있었다. 해외파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말이다.
참고로 그 시절에 대표팀의 중심 투수들이 나이가 많은 베테랑들이 아니었다. 물론 현재 대표팀과 비교는 불가할 수 있지만 모든 투수가 150km 이상을 던지지 못했어도 다양성은 있었다. 물론 그 시절과 비교하면 평균 구속은 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구력도 견고함도 없다.
이런 현실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데 무슨 일본 킬러와 좌완 타령인가? 일본 투수라고 해서 우리나라 선수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피지컬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야구 인프라의 차이는 있지만 대한민국 야구 인프라는 20년, 10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그런데 투수들의 수준이 바닥을 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과의 대결이 문제가 아니라 국제대회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과거의 영광은 없다. 그리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도 부끄러운 한국 야구가 될 것이다.
국가대표 감독은 나눠 먹는 자리인가?
메달을 따고도 정치적으로 희생양이 된 선동열 감독. 그런데 그 이후의 감독들은 어떤가? 현재 대표팀 감독인 류중일 감독이나 지난 WBC를 박살낸 장본인이었던 이강철 감독까지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고 문제점과 분노만 남겼다.
국가대표 감독을 뽑는데 사람 없으면 우승팀 감독을 내세우고 논란이 되면 그냥 야인으로 지내고 있는 사람 앉혀놓고…과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대표팀 감독이라면 연봉을 떠나 대표팀을 위해 국내 선수는 물론 다른 나라 선수들에 대해서도 파악이 되어 있어야 하고 직접 그들을 보지 못해도 여러 경로를 통해 어느 정도는 외국 선수들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적어도 대표팀 감독으로 승리가 중요하지만, 야구 철학도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감독들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한-두수 아래라고 하는 팀들은 당연히 잡고 가야 하는데 이제 당연히 지고 간다.
선수들도 문제지만 그런 선수들을 뽑고 당일 경기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도자 역시 큰 문제다. 선수 선발의 기준도 없다. 뽑히지 않아야 할 선수도 뽑힌다. 물론 일부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것도 있다. 그런데 어떤 선수들은 아무리 미래를 생각한다고 해도 당장 대표팀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의심스러운 이들도 있다.
이러면서도 이기길 바라고 우승이 목표라면 정말 도둑놈 심보 아닌가?
친분이고 뭐고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데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 우승 많이 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야구의 흐름이나 국내 선수들과 한국 야구 수준을 정확히 판단하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나라 야구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처참하게 대회를 마치며 그 순간은 별소리를 다 하지만 결국에는 변화가 없다. 제발 감독부터 제대로 뽑고 대회 준비를 했으면…
외국인 선수 규정 개선 필요
선수협에서 미친 듯이 반대할 것이다. 그런데 KBO는 빨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일단 셀러리 캡을 도입했지만, 어쨌든 국내 선수들의 FA 몸값은 제한이 없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는 왜? 상한선을 두는 것일까? 어차피 상한선이 없다고 외국인 선수 한 명에 1000만 달러씩 쓰는 팀은 없다.
투수를 기준으로 그냥 적당한 선의 선수들이 아닌 강력한 투수들이 리그에서 뛰게 된다면 타자들의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 KBO리그에서는 여포 수준이다. 그런데 국제대회 나가면 강속구에 손도 못 대는 타자들이 수두룩하다. 이건 좀 심한 것 아닌가? 그나마 강속구를 보려면 외국인 투수들에게서 155km 이상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계속 외국인 선수만 규제하는 것일까?
또한, 2군에서는 보유 제한을 풀어야 한다. 10명의 외국인 선수와 계약해도 1군에는 3명 등록 2명 출전으로 하면 문제가 될까? 물론 외국인 선수가 많다고 리그 수준이나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급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강한 선수들을 경험해야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 투수들의 포크 볼은 한국 타자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는 포크 볼이 문제가 아니라 빠른 볼을 극복해야 할 문제가 됐다. 2015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오타니의 빠른 볼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그냥 야구를 사랑하는 일개 팬이다. 남은 프리미어 12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더는 이기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야구는 계속 볼 것이니…다만 이제 진짜 야구 발전을 위해 야구인들이 움직이길 바랄 뿐이다. 한-일전이라도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미 펼쳐진 것. 남은 경기라도 다 승리해서 기적(?)을 이뤄내기를…
사진 :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109/0005196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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