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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용병/KIA 타이거즈

추억의 용병 39 – ‘홀연히 사라진 용병’ 호라시오 라미레즈

by 특급용병 2024.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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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2012년 선동열 감독의 부임과 함께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뛴 알렉스 그라만을 영입하려 했다. 그러나 그라만이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하자 새로운 선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매우 험난했다. 대부분 계약이 완료된 2월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찾고 또 찾아서 결국 선동열 감독이 원하던 왼손 용병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가 바로 호라시오 라미레즈였다.

 

라미레즈는 애틀란타 소속이던 200312, 2005년에 11승을 기록한 투수였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8시즌 통산 169경기 4035패 평균 자책점 4.65를 기록하며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그런 인물이었다. 무엇보다도 한국 팬들에게 잘 알려진 선수였다.

 

그 시절 PC 게임이었던 트리플 플레이나 하드 볼 정도를 하던 팬이라면 메이저리그를 몰라도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런 선수였다. 참고로 이런 투수가 총액 30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에 한국에 온다는 것은어쨌든 여러 가지로 기대치가 높았던 인물이었다.

 

무엇보다도 라미레즈는 좌완 투수 노래를 부르던 선동열 감독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KIA의 퍼즐이었다. 라미레즈는 140km 중반의 빠른 볼을 바탕으로 경기 운영 능력이 매우 훌륭한 선수로 소개됐고, KIA 마운드 사정에 따라 보직을 결정하기로 했다.

 

시범 경기 첫 등판에서 2이닝 2실점, 두 번째 등판(첫 선발)에서 2.1이닝 4실점을 하며 기대보다 우려가 됐다. 제구력은 형편없었고,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도 없었다(최고 구속 143km). 또한, 퀵 모션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허구연 위원을 시작으로 당시 퀵 모션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야구인들이 많았는데잘 던지면 그만이다. 랜디 존슨이나 페드로 마르티네스 같은 기량이라면 퀵 모션이 문제 될까? 참고로 현역 시절 장채근이 이강철에게 그렇게 느려서 어떻게 하냐?”라고 하자 형님! 그냥 3루 놓고 타자만 다잡으면 됩니다.”라고 했던 일화도 있다. 적어도 야구인이라면 이상한 이론을 내세우지 않았으면야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더 잘 알 것이다. 퀵 모션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하지만 퀵 모션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시범 경기 선발 첫 등판에서 도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그보다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정상적인 구위가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즉 구위-제구력 모두 수준 이하였다. 다만 두 차례 선발로 나와 5이닝 무실점,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점점 좋아진다는 것이 그나마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라미레즈는 시즌 개막과 동시에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개막 2차전 등판 예정이던 라미레즈가 개막 전날 어깨 이상 증세를 호소해 2차전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후 사라진 그는 4월 말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런데 선동열 감독은 선발로 뛰기를 원했지만, 그는 불펜을 더 선호하며 보직을 이동했다.

 

KIA2012시즌 몸값이 매우 비싼 불펜 용병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5월 당시 외국인 교체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최종적으로 앤서니 르루가 그 주인공(?)으로 결정됐다. 다만 앤서니의 KBO리그 마지막 경기의 역투(?)를 펼쳤다. 그 결과 퇴출의 주인공은 앤서니가 아닌 라미레즈가 됐다.

 

라미레즈는 2012시즌 10경기 211홀드 11.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 자책점 3.86을 기록하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만약 건강한 몸과 마무리로 뛰었다면 충분히 함께 할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계투로밖에 뛸 수 없다면 함께할 이유가 없었다. 한국을 떠난 라미레즈는 마이너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다가 지난 2022-2023년 윈터리그 이후 기록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현역에서 은퇴한 것 같다.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떠난 인물이었지만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독특한 루틴이다. 마운드에 오르면 연습구를 던지고 정식 투구 직전에 외야를 향한 상태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는 마치 WWE의 언더테이커와 흡사한 동작처럼 말이다. 야구도 잘했다면 나름 이슈가 될 수 있었을 텐데

 

● Horacio Ramirez - 한국명 : 호라시오 라미레즈

● 1979년 11월 24일생

● 좌완투수

● 1997드래프트 5라운드 애틀란타 지명

● 2003년 4월 2일 ML 데뷔

● 주요 경력 : 2003-2006 애틀란타 -> 2007 시애틀 -> 2008-2009 캔자스시티 -> 2011 LAA -> 2012 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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