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시즌 종료 후, 두산은 최고의 용병 듀오 우즈와 레스를 일본에 모두 빼앗겼다. 일차적으로는 일본과 ‘머니 게임’에서 진 것도 있으나 애초에 의지(?)가 없었던 것도 사실…
어쨌든 2003년 새로운 얼굴로 외국인 선수를 채워야 했고, 그중에 한 명이 ‘이리키 사토시’였다. 두산은 이리키와 15만달러(사이닝보너스 3만달러, 연봉 7만달러, 옵션 5만달러)에 계약했다. 이 계약으로 KBO리그 역사상 1호 일본인 투수가 입단하게 된 것이다.
1990년 긴테쓰에 입단한 이리키는 히로시마-요미우리-야쿠르트 등에서 활약했다. 특히 2001년에는 야쿠르트에서 10승(3패)을 거두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듬해 부상과 개인사로 인해 1승 3패로 부진, 결국 팀에서 방출됐다. 재기를 모색하던 이리키는 NPB 12개 구단에 공개 테스트를 받았지만 그를 원하는 팀이 없었다. 현역 생활 연장을 위해 대만과 미국으로 눈을 돌리려 하던 그는 동생의 조언으로 한국 무대에 노크하게 된 것이었다.
두산은 진필중을 KIA로 트레이드함에 따라 마무리에 공백이 생기자 이리키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이리키는 일본에서 214경기 동안 선발로는 단 65경기에 나왔을 뿐, 불펜으로 활약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그가 마무리에 적합한 인물로 본 것이다.
4월 한 달 동안 9경기 2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며 준수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5월부터 그는 마무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첫 21경기에서 3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62에 그쳤다. 그러자 6월부터 이리키는 마무리가 아닌 선발로 변신하게 됐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 길(?)도 순탄치 않았다. 선발로 전향 후 얼마 되지 않아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퇴출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사실 두산은 이리키와 ‘연봉 계약’을 한 것이 아닌 ‘월봉 계약’을 했다. 따라서 언제든지 퇴출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리키만 쫄리는(?) 상황이었을 뿐.
『한국 선수들이 해외 진출 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국내 야구계는 분노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시 외국인 선수들에게 항상 당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해 일본 선수를 영입한 롯데의 경우는 뭐…아무리 외국인 선수라고 왜 이런 짓을 하는지…』
그러나 부상을 탈출한 이리키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무려(?) 다섯 번의 완투와 한 번의 완봉을 기록하며 사실 두산에서는 가장 견고한 선발 투수였다. 2000년대 초반 두산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이닝이터였던 것. 그렇게 선발로 연착륙에 성공한 이리키는 2003시즌 39경기(선발 20경기) 7승 11패 5세이브 159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했다.
풀타임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시작해서 수치상 떨어져 보이지만 비교적 선발 투수로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두산은 그와 계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키퍼보다 더 나은 투수였는데…한국을 떠난 이리키는 대만에서도 뛰었으나 부상으로 현역 생활을 오래 이어가지는 못했다.
이리키는 강력한 슬라이더를 바탕으로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났던 투수였다. 만약 그가 풀타임 선발로 뛰었다면 성적은 달라졌을 것이다. 어차피 당시 두산이라면 이리키처럼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발 투수가 없었다. 어쨌든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을 때 나름 선전해줬던 투수였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인물이었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그의 근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2023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 Satoshi Iriki - 한국명 : 이리키 사토시
● 1967년 06월 03일생
● 우완투수
● 1990년 긴테쓰 지명
● 주요 경력 : 1990-1995 긴테쓰 -> 1996 히로시마 -> 1997-1998 긴테쓰 -> 1999 요미우리 -> 2001-2002 야쿠르트-> 2003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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