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감독의 목숨은 소위 말해 ‘파리 목숨’이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여러 가지로 환경이 많이 변한 현재도 마찬가지다.
물론 감독이라는 자리는 책임을 지는 자리가 맞다. 설령 감독이 문제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몫은 감독이다.
그런데 한화라는 팀은 감독이 책임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팀은 아니다.
먼저 밝히지만, 필자는 한화 팬이 아니다. 과거 빙그레 시절 공포의 다이나마이트 타선을 구축했을 때, 아니 그보다 해태의 독주(?)를 깨줄 대항마로 응원했던 적은 있었다. 그리고 2010년대 초반 다음 블로그가 비교적 활발할 때, 한화 경기를 많이 보고 포스팅도 많이 했었다. 그래서 한화 팬으로 소개된 적도…
어쨌든 현재 한화 이글스를 사랑하는 팬들처럼 그 사정은 다 모르지만 안타까움과 도약을 항상 기대하면서 이 팀을 지켜봤고, 비판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2010년대와 비교해서 조금은 달라졌지만, 사실 달라진 것은 없다. 비인기 구단 그러나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갑자기 팬들의 증가. 현재는 인기 구단으로 알려진 팀. 그래서 가끔 화끈하게 현질(?)도 하는 팀.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 뿐이다. 그런 팀이 또 감독을 날려보냈다.
필자는 최원호 감독을 옹호하는 입장은 아니다. 딱히 옹호할 부분도 없고, 비난할 것도 없다. 그런데 시즌 중에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짓이 아닌가 싶다. 이미 결정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팬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자. 하지만 구단은 인식을 좀 바르게 할 필요가 있다.
2024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외부 FA로 안치홍을 영입했다. 그리고 류현진도 돌아왔다. 그러자 갑자기 4강 이상을 기대하는 팀이 됐다. 기대는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화 선수 면면을 본다면 과연 하위권이나 벗어날 수 있는 팀일까? 오히려 더욱 전력을 다해 향후 2-3년 혹은 적어도 새로운 구장 개장할 때를 기준으로 박차를 가해서 내실을 다져야 할 상황이었다.
리빌딩이나 하고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리빌딩 “종료”가 아닌 “완성”의 시간으로 1-2년 박차를 가할 때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면서 결국 리빌딩 종료를 선언했다. 참고로 필자는 수베로 감독에 대해서 긍정보다 어떤 면에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었지만, 시즌 중 성적 때문에 경질은 반대 입장이기도…
아무튼 한 걸음씩 나가다가 갑자기 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한화. 그 결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손혁 단장은 대행 체제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즉 시즌 중에 신임 감독을 다시 새운다는 것인데…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탱탱볼 시즌이라는 말이 또 나올 정도의 타고 시즌. 그런데 정작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페라자 제외하면 3할을 치는 타자가 없다. 한화 팬 외에 현재 한화에서 생각나는 타자를 묻는다면 누가 있을까? 노시환-안치홍 그 박에 과연 생각이 날 정도로 활약하는 타자는? 없다고 본다.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하주석은 생각나고, 최강야구 덕분에 잘하기를 응원했던 황영묵 정도…이 말은 이들이 엄청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잠재력과 재능을 떠나 현재 한화에서 위협적인 타자가 없다는 말이다. 마운드는 어떤가? 류현진 못지않게 문동주와 신인 황준서가 이슈 메이커였다. 그런데 그냥 이슈 메이커일 뿐, 문동주는 최근에 2군에서 복귀해서 호투했지만, 리그를 대표할 수준의 선수는 아니다. 160km라는 구속이 이슈됐을 뿐이다(폄하가 아니라 좀 냉정하게 보자는 의미다). 황준서도 기대는 되지만 아직은 그냥…여기에 외국인 투수들도 나가떨어졌다.
류현진도 리그를 지배하는 수준은 아니다. 40살을 바라보는 투수에게 뭘 기대하냐고 하겠지만 팬들이 선호하는 상위리그 만능주의를 대입하면 뭐…김범수는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불펜 투수 중에도 주현상 하나를 제외하면 뭐…
분명한 사실은…
한화에서 재능과 잠재력이 있는 유망주는 다른 팀에도 다 있다. 한화만 유망주를 보유한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서 유망주, 재능, 잠재력을 떠나 현재 경기를 뛰고, 성적을 내줄 수 있는…적어도 예측이 가능한 선수는 다른 팀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그런데 과연 이 팀에 5강, 4강 이런 것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감독 바꾼다고 달라질까? 또, 선수단 파악하는데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10년 후에도 변할 것은 없다. 매년 최고의 신인 1명씩 뽑아서 다 터진다는 가정을 해도 과연 정상적인 전력을 갖추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실패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왜 아무도 냉정하게 팀을 평가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못하는 것인가?
이제라도 냉철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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