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1번째 만원 관중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개장 이후 신기록이다. 특히 2017년 한 시즌의 기록을 불과 절반도 소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넘어선 것. 다만 이러한 요소들이 마냥 신날 수는 없었다. 지난 주말 KIA를 맹추격하던 NC와 3연전에서 KIA는 싹쓸이를 했다. 그런데 주초 3연전, 그것도 리그 최하위 롯데에게 싹쓸이를 당했다. 게다가 2위 두산과 맞대결 첫 경기에서 역전패까지…
어쩌면 가장 기분 좋은 날, 가장 기분 나쁜 순간이 될 수도 있는 그런 날이었다.
외국인 투수의 이탈, 이의리의 이탈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고, 4연패로 분위기도 좋지 않았던 상황. 그러나 KIA에는 에이스 양현종이 있었다.
양현종은 이날 7이닝 7피안타 1실점 탈삼진 4개를 기록하며 QS+와 함께 시즌 네 번째 승리를 따냈다. 개인에게도 중요한 승리였지만 그보다 팀에게는 더욱 중요한 승리였다. 양현종은 토종 이닝이터답게 불펜의 소모를 최소화해줬다. 맞대결 상대였던 두산 선발 브랜든 와델이 일찌감치 무너지면서 양현종은 비교적 부담을 덜었다. 다시 말해서 타선에서 5회 이전에 6점을 뽑아주면서 더욱 쉽게 갈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수비수들도 양현종의 어깨를 더욱 가볍게 해줬다. 2회 1사 3루에서 김재환의 직선타를 박찬호가 점프하면서 잡아내면서 안타와 실점을 막아줬다. 그리고 양현종은 화답이라도 하듯이 후속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물론 수비 위치의 승리였지만, 수비수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실점 상황은 아니었지만 김도영도 까다로운 타구를 처리하면서 문제의 상황(?)을 만들지 않았던 것.
이날 가장 우려가 되면서도 양현종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6회부터였다. 6회 투구 도중 골반 쪽에 이상을 감지한 양현종. 6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했지만 정상적인 투구를 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는 7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다행이도 6회와 달리 조금 나은 모습이었다. 물론 7회에는 실점을 했지만 그는 7회까지 이닝을 책임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무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픈데 참고 던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날 양현종은 에이스로서 투혼을 발휘했다. 요즘 ‘정신력’ 얘기하면 올드 스쿨이라고 욕먹거나 꼰대라고 조롱의 대상이 된다. 물론 시대가 변한 만큼 무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너무 몸을 사린다고 해야 할까? 아닌 말로 상황에 따라서 120-130개를 던지던 예전 선수들도 선수 생활을 오래 했던 이들도 많다. 그런데 최근 선수들은 2-3년 반짝하고 평범 이하로 사라지는 이들도 있다.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양현종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1이닝 덜 던진다고 해서 오래 하는 것도 아니고, 1이닝 더 많이 던졌다고 선수생명이 단축되는 것도 아니라는…
아무튼 부상이 아니길 바라고, 다음 경기에 지장이 없기를 바란다. 양현종 본인의 목표처럼 그는 현재 기준으로는 유일하게 송진우의 각종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KBO 역사상 두 번째로 2400이닝을 돌파한 것은 위대한 도전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도…
어쨌든 양현종의 시즌 네 번째 승리는 팀에게 가장 필요한 시점에서 나온 것. 전성기에 비해 힘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KIA의 에이스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위대한 투수’가 아닐까 한다.
사진 :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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