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001시즌 구원 부문 선두를 달리던 리베라가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이 불가피하자 장고 끝에 그를 퇴출했다. 그리고 선택한 인물인 스위치히터 내야수 ‘카를로스 바에르가’였다(당시 삼성의 주전 2루수 정경배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 나갔다).
사실 삼성의 이 같은 발표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에르가는 당시 ‘하드 볼’이나 ‘트리플 플레이’ 등과 같은 PC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게임 속에서도 주전 로스터에 있던 그런 인물이 바로 바에르가였다. 다시 말해 KBO리그와 급이 다른 선수를 영입한 것이다. 그것도 잔여 연봉 단 10만 달러로 말이다.
그의 커리어를 일일이 나열 할 수는 없고 간략하게 살펴보면…
1990년 클리브랜드에서 커리어를 시작. 이후 통산 10시즌 동안 1280경기를 뛰며 통산 타율 0.291 홈런 124개 686타점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2년 연속 200안타(92,93시즌)와 올스타 3회(92,93,95시즌) 실버 슬러거 2회(94,95시즌)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했다. 물론 삼성 입단 당시에는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KBO리그 수준을 고려하면 프랑코처럼 충분히 리그를 폭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한국 입단 시즌 독립리그에서 타율 0.315 홈런 9개 44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참고로 KBO 역사상 프랑코 다음으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외국인 타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에르가는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정규 시즌 39경기를 소화하며 33안타 4홈런 17타점으로 타율 0.275를 기록했다. 그의 경력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임벨류가 있는 인물인 만큼 한국시리즈에서 활약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기대와 다른 결과는 냈다. 팀이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2경기에 출전해 5타석 3타수 무안타 2삼진 몸에 맞는 볼 1개를 기록했을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우승에 실패한 삼성은 그를 미련 없이(?) 퇴출했다.
한국을 떠난 바에르가는 2002시즌 보스턴에 입단하면서 메이저리그에 다시 복귀했다. 이후 2003-2004시즌 애리조나를 거쳐 2005시즌 워싱턴까지 4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뛴 후 은퇴했다.
한편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하자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삼성 출신 프랑코와 함께 “한국이 배출한 메이저리거”라는 표현과 동시에 삼성을 향해서는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 있어서 화려한 커리어만 보고 영입한다고 비난했다. 사실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것은 우수한 선수들의 해외 유출로 인해 인기하락을 우려해 볼거리 제공 차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취지(?)에 맞게 삼성은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선수를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있게 해줬다. 다만 그들의 활약도 훌륭했다면…
한 가지 에피소드는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있던 현대가 그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이미 삼성과 계약을 했기에 계약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고, 이에 현대는 매우 큰 아쉬움(?)을 표현했다고…어쨌든 뒤늦은 합류에도 메이저리거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한국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 Carlos Obed Ortiz Baerga - 한국명 : 카를로스 바에르가
● 1968년 11월 4일생
● 우투양타/내야수
● 1990년 4월 14일
● 주요 경력 : 1990-1995 클리브랜드 -> 1996-1998 뉴욕 M -> 1999 클리브랜드 -> 2001 삼성 -> 2002 보스턴 -> 2003-2004 애리조나 -> 2005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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