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텀에 이어 대체 선수였던 쿡슨까지 부상을 당하자 LG는 새로운 선수를 찾아야만 했다. 당시 LG 사령탑이었던 이광은 감독은 양준혁을 살리기 위해서 타자가 아닌 투수로 영입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좋은 투수 자원을 찾지 못한 LG는 테이텀의 재영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삼성에서 거포 스미스를 웨이버 공시했던 것이다. 이에 LG는 기나긴 고민(?)에 돌입하게 됐다.
웨이버 공시된 스미스 영입의 우선권은 리그 성적의 역순이었다. 따라서 스미스를 영입할 가능성이 있는 팀을 나열하면 SK->LG->현대순이었다. 그러나 SK는 영입보다 다른 속셈이 있었다. SK는 “스미스를 처리할 테니 신동주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을 당했다. 특히 프로 입문 반년도 안 된 신생 팀에서 보인 이런 태도에 야구계는 “못된 것만 배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어쨌든 LG-현대를 혼란하게 했던 SK는 스미스 영입 전에서 발을 뺐고, 기회는 LG에게 돌아왔다.
그러나 LG는 포지션 중복으로 고민이 많았다. 게다가 리그 승률 1위(당시 양대리그) 현대에게 스미스를 내준다면 그야말로 현대는 무결점(?) 팀이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LG는 장고 끝에 좌타 일색의 라인업에 오른손 거포 스미스를 끼워넣기로 결심했다.
삼성 시절에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던 스미스는 LG 유니폼을 입고 더욱 강력하게 폭발했다. 특히 가장 넓은 잠실벌을 사용하면서도 스미스의 장타력은 더욱 불을 뿜었다. LG에서 42경기를 뛴 스미스는 타율 0.314 홈런 15개 43타점을 기록했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삼성 시절 76경기 타율 0.274 홈런 20개 57타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LG에서 스미스의 방망이는 더욱 뜨거웠다.
하지만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하면서 제 역할을 못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를 쳐다보기만 해야 했다.
그럼에도 스미스의 재계약은 사실상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비록 수비력이 떨어지고 포지션 중복이 문제였지만 LG는 20홈런 이상을 때려낼 파워히터가 없었다. 또한 20홈런을 넘어서 풀타임으로 뛸 경우 3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오른손 거포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스미스는 LG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LG는 포지션 중복 문제 때문에 스미스를 포기했다. 이는 매우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특히 스미스를 대신해 한화 출신의 로마이어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스미스를 버린 것은 LG가 절대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었다. 만약 스미스가 LG에서 계속 뛰었다면 우즈와 함께 잠실에서 좋은 ‘거포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을 것이다. 또한 LG 역사상 최고의 거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스미스는 2006년까지 현역생활을 하고 이후 근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삼성 시절부터 정이 많이 가는 외인이었다. 만약 스미스가 여러 단점도 있었지만 LG에서 조금 더 뛰었다면 LG 팬들에게 사랑받는 잠실의 ‘돼지타자(?)’가 되지 않을지…
● Charles Lee Smith - 한국명 : 찰스 스미스
● 1969년 12월 18일생
● 우투-우타/내야수
● 91드래프트 26라운드 시애틀 지명
● 주요 경력 : 1999삼성 -> 2000삼성-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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