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2003년 키퍼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던 존슨과 재계약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존슨은 무려 100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요구했다. 아무리 용병한테 퍼주는 나라라고 해도 존슨에게 100만 달러라면 다른 선수를…어쨌든 KIA가 새롭게 선택한 인물은 메이저리그 출신의 훌리오 마뇽이었다. KIA는 그와 16만 5천 달러에 계약을 했다.
마뇽은 200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몬트리올) 23경기 1승 2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4.13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보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김선우와 한 팀에서 뛰었던 인물이었다. 물론 그것이 야구 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KIA는 마뇽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당한 허벅지 부상으로 100%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 결과 시범 경기에서도 그를 볼 수 없었고, 시범 경기 막바지에 등판. 2이닝 2실점을 하는 등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마뇽의 구속은 최고 140km 초반에 머물렀고, 제구력도 많이 흔들렸다. 그러나 KIA 코칭스텝은 부상에서 회복만 하면 좋아질 것으로 판단해 마무리를 그에게 맡겼다.
하지만 시작부터 보기 좋게 박살 났다.
시즌 개막전 큰 점수 차이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마뇽. 그런데 6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한 4안타를 허용하며 무려 5실점을 했다. 그의 ERA는 무려 135.00가 됐다. 덕분에 여유 있게 앞서던 경기는 뒤집힐 뻔했다. 역시나 140km 초반의 구속과 흔들리는 제구력이 문제였다. 결국,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마뇽은 개막 일주일만에 마무리에서 선발로 보직을 이동하게 됐다.
그리고 마뇽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팀의 또 다른 용병 리오스와 함께 이닝이터로 선발진을 이끌었다. 특히 보직 변경 후 4승 1패의 성적을 올렸다. 이런 달라진 모습에 마뇽은 ‘자신이 처음에는 한국 야구를 얕잡아 봤는데 스스로 연구를 많이 했기에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됐다’라고 달라진 이유에 대해서 밝히기도 했다.
그 후…5월의 어느 날 롯데와 경기에서 1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그런데 이날 경기 후반에 허용한 안타 한 개만 없었다면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을 정도로 좋은 피칭을 했다. 이러한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시즌 10승 이상도 무난해 보였다. 그러나 그의 기세를 꺾은 것은 다름 아닌 부상이었다.
마뇽은 리오스와 함께 KIA 토종 선발 투수들과 비교했을 때, 이닝이나 투구수가 거의 2배 이상이었다.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되어 5월말 쓰러져 버렸다. 이후 마뇽은 평범한 투수가 됐다. 마뇽이 투구수가 많은 것도 문제였지만, 무지막지하게 굴림을 당한 것도 사실이었다. 어쨌든 회복을 하지 못한 마뇽은 2004년 34경기 155.1이닝을 소화하며 8승 9패 평균 자책점 4.17을 기록했다.
KIA는 그와 재계약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끝내 계약은 없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마뇽은 2006년 볼티모어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르며 22경기에 등판, 20이닝을 소화하며 1패 ERA 5.40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메이저리그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고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가 2011년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그 후에는 근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마뇽과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독특한 그의 이름. 그리고 수염(?), 마지막으로는 퇴장이었다.
시즌 초반 한 4월 말쯤 됐나? 수원에서 현대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그런데 경기 시작 후 첫 타자인가 두 번째 타자에게 헤드샷을 날리며 퇴장을 당했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봤는데 당시 규정으로 헤드샷은 무조건 퇴장이었다. 빠른 볼/변화구 구분 없이 말이다. 물론 지금도 헤드샷은 퇴장이지만…(당시 너무 많은 퇴장으로 규정이 잠시 바뀌기도…) 어쨌든 시작과 동시에 퇴장을 당하면서 KIA는 부랴부랴 다음 투수를 올리느라 진땀을 빼기도…
● Julio Alberto Manon - 한국명 : 훌리오 마뇽
● 1973년 6월 10일생
● 우완 투수
● 2003년 6월 5일 ML 데뷔
● 주요 경력 : 2003 몬트리올 -> 2004 KIA -> 2006 볼티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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