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에 너무 오래 있어서 한편으로 팀을 잘 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라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의 배구는 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팀의 미래도 절망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12월의 시작이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V클래식 매치로 출발했다. 결과는 풀세트 접전 끝에 삼성화재가 3-2로 승리하며 승점 2점을 챙겼다. 참고로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과의 두 번의 만남을 모두 승리를 챙겼다. 반면 패한 현대캐피탈은 시즌 5연패 수렁에 빠지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인상적인 것은 5세트 최태웅 감독의 작전 타임 시간에 한 마디였다. “내가 잘못이다. 어떻게 1년 만에 이렇게 변할 수가 있냐?”(워딩이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기억나는 대로…) 이런 발언을 했다. 일단 그는 본심을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의 말은 누가 봐도 맞는 말을 했다는 것.
현재 현대캐피탈의 멤버들만 본다면 팀이 이 지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용병 / 허수봉-전광인 / 최민호-페이창(박상아, 차영석) / 이현승-김명관 / 박경민 대략 이런 라인업이면 최상급의 전력은 아니라도 하위권에서 빌빌 댈 수 있는 전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엉망이다. 이날 삼성화재는 승점 3점을 챙길 수도 있었지만, 냉정히 말하면 이길 수 있는 경기력도 아니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기에 이길 수 있었다. 아! 물론 삼성화재의 노력과 실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로 현대캐피탈이 최악이라는 것이다.
배구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 전문가이다. 그런데 자칫 스스로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 현재 현대캐피탈이 이 모양인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첫째, 선수 선발의 실패
자! 허수봉을 OH로 믿지 못할 것이라면 용병은 OP가 아니라 OH로 뽑았어야 했다. 그러나 아흐메드를 뽑았다. 아흐메드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그래야 했을까? 물론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여기에 아시아쿼터도 굳이 미들 블로커 쪽을 선택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아니 그럴 수도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선수 트레이드 및 보강을 보면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신인 픽은 더는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
둘째, 게임과 같은 포지션 변경
한두 번 깜짝 용병술이라면 훌륭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쓸데없이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을 하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고 동선도 꼬여서 플레이가 개차반(?)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허수봉을 미들 블로커로 써야 했던 이유는? 변명은 있겠지만 정당한 사유는 없다. 홍동선은 또 어떤가? 그도 포지션 변경을 시도 했던 인물이다. 과거에도 장신 세터를 만들려고 세터를 시킨 선수도 있었고 실험정신은 정말…
즉 자신 스스로 팀을 망쳐놓고 선수들을 향해 “내 잘못이다.”라고 말을 하면서 그들 탓을 하는 것은 웃긴 일 아닌가?
셋째, 아집을 넘은 선수 기용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일개 팬이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다. 그런데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한심한 라인업과 선수의 기량은 혈압 상승의 원인이 된다.
단적으로 이현승 세터. 그가 무조건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세터 출신 감독이 보기에 그에게서 문제점이 없어 보일까? 물론 김명관이 더 낫다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더 장점이 있어 보인다. 삼성화재와 경기에서도 공격수들이 포인트를 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토스는 뭐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꼭 누워 때리거나 매달려서 때리게 만드는 토스를 보여야지 나쁜 세터가 아니다. 공격을 제대로 못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다. 특별히 속공을 많이 쓰면서도 너무 낮아서 미들 블로커들의 범실을 유도하고 국내 공격수들은 상대 블로커나 수비에 걸릴 수밖에 없는 토스를 하면서 결국에는 용병으로 해결하는 행위. 왜 눈감아 주는가? 김명관이 뭐 잘못했나? 신영석을 보내면서 얻어왔으면 뚝심있게 키워야 하는 것 아닌가? 이승현의 장점이 과연 무엇인가?
또한, 더 잘하지도 못하는 선수를 넣는 이유는? 전광인-허수봉이 같이 뛰면 리시브 터져서 경기를 못하나? 그렇다면 홍동선은? 이전에는 김선호는? 그들의 리시브 능력은 탁월한가? 전혀…
좀 더 발전시켜서…이제 선수로는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여오현은 언제까지 선수 등록을 하며, 문성민은 그냥 시간만 보내다가 은퇴하라고 할 것인가? 유망주-미래를 운운하던 선수들도 그냥 닭장만 지키다가 새로운 선수 입단하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가?
넷째 공부만 하지 말고 실전에서 발휘를…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다.
상황에 따라 선수들에게 작전보다 명언(?)같은 닭살 돋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무슨 감독이 타임 불러 놓고 문제를 지적도 못하고 새로운 전술도 없다.
적어도 과거 김호철-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더라도 문제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는 신영철 감독을 봐도 진짜 화가 날 때도 강한 어투로 말하면서도 대략 “야! 멋있는 거 하지 마. 그냥 위에서 빨리 때려” 이런 기본적인 말이라도 한다.
그런데 무슨 감독이 맨날 방송작가와 같은 멘트만 하고 있으니…공부하는 지도자라면 실전에서도 공부한 것을 보여줬으면…
냉정히 말하면 이제 최태웅 감독은 뭔가 부풀려진 인물 같다. 항상 번지르르하고 화려한 말을 하지만 속은 완전 텅 비었다. 문성민으로 우승했고, 신영석-파다르로 우승했다. 그것 말고 뭐가 있나? 스피드 배구는 사라졌고, 창의적인 배구도 사라졌다. 말만…
필자는 배구의 암흑기에도 배구를 봤다. 잘 알아서가 아니라 그냥 배구가 좋아서…그리고 현대캐피탈의 배구도 오랫동안 봤다. 하지만 그 옛날 삼성화재에게 무기력하게 당하고 현대캐피탈 자체가 암흑기에 있을 때도 지금처럼 재미없고 엉망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외국인 감독과 맞짱 떠서 이길 것처럼 하더니…이 팀에 외국인 감독을 절실하게 만들어 버린 형국이라니…
그. 리. 고.
제발 OH가 못했다고 헛소리 좀 그만하길…감독이 사랑하는 세터가 OP에게만 토스하는데 어떤 능력자가 공격을 할 수 있을까? 게임도 아니고 남의 토스를 가로채서 공격하라는 것인가?
사진 :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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