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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V-Zone

높이의 우리카드, 1위 탈환하며 11월을 장식하다

by 특급용병 2023.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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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강력한 벽은 있었다. 상대 공격을 무기력하게 하는 블로킹. 그리고 반격을 위한 유효 블록은 상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11월 마지막 날 인천에서 펼쳐진 리그 1위 대한항공과 2위 우리카드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 13-5라는 압도적인 블로킹 우위를 점한 우리카드가 세트 스코어 3-0(25-19, 25-23, 26-24)으로 대한항공을 셧아웃시키며 연패 탈출과 함께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2연패로 좋지 않은 흐름이었지만 완벽하게 분위기 반전을 이루며 2라운드를 42패로 마감했다. 더 나아가 3라운드를 기분 좋게 맞이하게 됐다.

 

반면 대한항공은 연승(2연승)이 끊어졌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경기를 선보이는 등 원사이드하게 밀리지는 않았지만 우리카드를 잡기에는 너무도 많은 빈틈을 보이며 완봉패. 시즌 상대 전적은 2승 무패로 우리카드가 우위를 이어 나갔다.

 

Game Review

 

1세트는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까지 박빙으로 전개됐다. 어느 쪽이든 연속 득점을 해서 달아나면 다시 연속 득점으로 따라붙었고, 진정한 시소 게임이 먼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이후 갑자기 대한항공 쪽으로 흐름이 넘어가는 것 같았다. 임동혁의 공격 성공으로 17-16으로 역전에 성공한 대한항공은 이어서 한선수의 서브 에이스로 18-16으로 달아났다. 여기에 긴 랠리가 이어지던 상황을 링컨이 마무리하며 어느덧 19-16이 됐다. 상대가 대한항공이라는 점에서 사실 우리카드는 세트를 쉽게 뒤집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카드에게는 기적, 대한항공에게는 악몽이 일어났다. 정한용의 더블 컨택으로 우리카드는 흐름을 끊었다. 아니 대한항공이 흐름을 끊어줬다. 그리고 한태준의 서브 포지션. 물론 과거 8연속 서브 에이스를 성공한 현대캐피탈의 숀 루니나 그 기록을 가볍게 깨버린 삼성화재의 괴로기 그로저 같은 무서운 서브 에이스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태준의 서브 완급 조절(?)로 대한항공의 리시브가 흔들렸고, 또한 공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이날은 범실항공모드가 발동하면서 한 자리에서 무려 8점을 연속 실점했다. 반대로 우리카드는 직전 득점까지 9연속 득점으로 1세트를 따낸 것은 물론 대한항공은 허탈하게 만들었다.

 

한태준 서브 포지션에서 만들어진 연속 8득점 중에 김지한은 블로킹 2, 공격 2득점으로 절반을 책임졌고, 대한항공은 범실 3(링컨 2, 이준 1)로 힘을 더해줬다. 어쨌든 필자의 기억으로는 과거 07-08시즌 문용관 감독이 이끌던 당시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 3세트에서 11-2로 앞서다가 23-25로 역전패를 당한 참사 이래 이런 모습은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문용관 해설 위원의 복귀전(?)이라 이런 이벤트를 한 것이었을까? 물론 문용관 위원을 놀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왜 하필

 

어쨌든 1세트는 우리카드가 25-19로 승리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세트. 첫 세트의 영향은 전혀 없었다. 다시 말해서 두 팀은 세트 초반에는 박빙의 승부를 이어간 것. 다만 9-8로 우리카드가 앞선 상황에서 조재영의 서브 범실과 한태준이 곽승석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우리카드 11-8로 점수 차를 벌였다. 이어 11-9에서 마테이가 연속 득점으로 에이스의 힘을 보여줬고, 박진우가 블로킹과 속공을 성공하며 15-9로 점수차가 벌어진 것.

 

사실 2세트는 세트 초반에서 중반으로 가는 시점에서 일어난 이 상황을 대한항공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10-16으로 리드를 당한 상황에서 김지한-박진우의 범실과 임동혁의 득점으로 연속 3득점에 성공하며 점수 차를 좁혔고, 세트 후반 잇세이의 서브 범실과 임동혁의 서브 에이스로 2점차까지 추격에 나섰지만 뒤집지는 못했다. 우리카드는 세트 후반 확실한 결정력이 필요할 때, 마테이가 득점을 올리면서 두 번째 세트도 25-23으로 따냈다.

 

마지막 3세트는 두 팀이 마치 짠 것처럼 4-7점까지 연속 득점으로 주고 받았다. 다만 대한항공은 곽승석의 C퀵으로 먼저 8점 고지에 올라섰다. 이후에는 다시 1세트 초반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점씩 주고받는 것은 물론 연속 득점도 주고받을 정도

 

하지만 승부는 세트 후반 이상하게 결정됐다.

 

22-21로 리드를 하던 대한항공은 2세트부터 사실상 팀의 멱살 잡고 혼자 공격을 이끌던 임동혁이 공격 득점을 올리며 23-21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카드에게는 마테이라는 확실한 카드가 이었다. 마테이가 연속 득점으로 23-23을 만들었다. 여기에 원 포인트 서버 정성규가 에이스를 터트리면서 역전에 성공. 물론 곧바로 서브 범실로 24-24 듀스가 됐다. 이때 마테이의 강력한 공격이 득점이 되면서 25-24가 됐다. 문제는 마지막은 허무하게 끝났다는 것.

 

25-24에서 임동혁의 백어택. 하지만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이유는 후위 공격자 반칙. 즉 임동혁이 어택 라인을 밟은 것. 스코어 26-243세트도 우리카드의 몫이었다. 많은 범실로 경기가 끝난 것을 봤지만 후위 공격자 반칙으로 경기가 끝나는 것을 본 것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블로킹 13-5 그리고 유효 블록

 

이날 경기는 다른 부분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높이의 힘이 우리카드를 승리하게 만든 원동력이었음이 틀림없었다. 블로킹에서 우리카드는 대한항공보다 8득점을 더 올렸다. 특히 김지한은 4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는데 3개가 링컨, 1개가 임동혁이었다. 4개 모두 아포짓 스파이커를 막아낸 것. 김지한의 블로킹 신공은 1세트 후반과 2세트 초반에 터졌다.

 

무엇보다 우리카드는 수치상 유효 블록의 숫자는 대한항공과 차이가 없었다. 다만 우리카드는 유효 블록에 이은 반격 상황에서는 반드시 득점을 이뤄냈던 것이다. 적어도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랠리가 계속되고 기회가 오면 반드시 공격을 마무리 했던 것. 어쩌면 이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을 것.

 

마테이가 잘 안(?) 보여도…

 

수치상 마테이가 39.02% 김지한이 31.71%로 우리카드의 공격은 둘이 양분했다. 그런데 굳이 따지면 1-2세트는 마테이의 존재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대신에 성공률과 별개로 김지한은 계속 보였다. 물론 마테이는 3세트에 그 어떤 때보다 존재감을 과시했다.

 

물론 매번 이런 패턴이나 분배가 이루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테이가 퍼질 것을 우려하던 팬들이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 정도로 김지한이 잘해주고 있고, 한태준은 너무 쉽게 마테이만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한은 이날 17득점 성공률 50%를 기록했다. 마테이는 18득점 성공률 50% 성공률에 이어 범실도 나란히 4개를 기록했다. 어쨌든 중요할 때, 위기 시에는 마테이가 해결을 해줘야 하고, 마테이를 적극적으로 믿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밖에 상황에서는 김지한을 충분히 활용해도 무리가 없다. 실제로 현재 우리카드는 마테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것이 조금씩-조금씩 김지한에게 나눠지고 있다.

 

단순히 분배 수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김지한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한태준의 배짱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닐지

 

정한용 더는 백업이 아니다

 

지그의 추세라면 정지석이 복귀해도 아무 조건(?)없이 자리를 비워줄 수는 없다. 그 정도로 정한용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정한용은 공격에서 너무 부진했고, 리시브도 집중포화를 맞으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물론 선수에게는 싸이클이라는 것이 있기에 필요 이상으로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이날 정한용이 왼쪽에서 공격을 제대로 못 하자 링컨과 교체되어 온 임동혁도 무력화됐다는 사실.

 

비록 경기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지만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정한용의 활약에 의해 팀 승리가 좌지우지될 정도로 훌륭한 선수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지석의 백업으로 닭장에 갇혀 있을 이유가 없다. 정한용은 자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팀의 절대적 에이스가 됐기 때문이다.

 

사진 :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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