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철회의 효과(?)일까? 한국전력이 달라졌다. 어쩌면 완전체의 대한항공을 이길 수 없지만, 적어도 한국전력은 자신들의 전력을 100% 쓰기 시작했다.
18일 인천에서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시즌 두 번째 경기가 펼쳐졌다. 참고로 1라운드에서는 대한항공이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날은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팀의 에이스 타이스 덜 호스트는 평소(?)와 달리 연속 범실을 최소화했다. 서브 원툴이었던 임성진도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다. 무엇보다도 블로킹에서 15-5라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한국전력이 대한항공에 세트 스코어 3-1(25-22 22-25 25-14 30-28)로 승리하며 시즌 첫 2연승과 함께 승점 3점을 추가. 현대캐피탈을 끌어내리고 5위로 올라섰다.
반면 대한항공은 한국전력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6연승에 실패하며 선두 우리카드의 추격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Game Reivew
첫 번째 세트는 신영석의 ‘통곡의 벽’이 한국전력의 승리를 이끌었다. 신영석은 팀의 위기에서 상대 공격수들의 공격을 차단했다. 여기에 속공으로 한국 최고의 미들 블로커임을 다시 증명했다. 20점 고지에 올라섰을 때, 대한항공은 1점차까지 추격에 나섰지만, 한국전력은 고비에서 연속 득점을 올리며 점수차를 벌였다. 그리고 24-22에서 정한용의 공격을 신영석이 막아내면서 25-22로 한국전력이 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대한항공의 임동혁이 가장 많이 눈에 보였다. 물론 주공격수이기에 당연하지만, 임동혁은 9점이나 쏟아내면서 아포짓 스파이커로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덕분에 1세트와 달리 대한항공은 꾸준한 연속 득점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세트 스코어 1-1에서 맞이한 3세트.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세트 초반 신영석의 속공에 이은 정한용의 범실과 타이스의 블로킹으로 예열(?)했다. 그리고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연속 4득점에 성공.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도달했다. 이 4득점 가운데 타이스가 연속 3득점을 쓸어 담았다. 이후 한국전력은 여유로운 경기를 이끌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리시브의 불안. 무엇보다도 공격 성공률이 36%에 그치면서 힘을 쓸 수 없는 세트가 됐다.
반면 한국전력은 1세트에도 6개의 블로킹을 했는데 3세트에도 무려 4개의 블로킹으로 상대의 기세를 완전히 꺾었다.
마지막 4세트는 싱겁게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끝나야 할 경기가 갑자기 체육관의 분위기를 달구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항공의 연속 득점으로 여유있게 리드하던 한국전력은 19-19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타이스의 공격-서재덕의 블로킹-상대범실-신영석의 에이스까지 연속 4득점에 성공하며 스코어는 23-19. 이후 한점씩 주고 받으면서 24-20으로 사실상 한국전력의 승리가 확정된 것 같았다.
하지만…
김동영의 서브 범실로 21-24를 만든 대한항공. 서브 포지션에는 링컨이 들어섰다. 그에게 기대를 걸 만했지만, 한 방에 3점차를 뒤집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어려운 현실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서브 에이스. 서브 에이스. 그리고 동점 서브 에이스. 연속 3개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24-24가 됐다. 하지만 링컨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또 다시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25-24로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 결과는 속단할 수 없지만, 흐름상 4세트를 대한항공이 따내고 파이널 세트로 가서 결국 대한항공이…이런 수순일 것 같았다.
하지만 26-27에서 하승우는 임성진에게 토스를 했고, 그는 침착하게 동점 포를 날렸다. 여전히 대한항공이 유리한 분위기. 하지만 이준과 김규민이 겹치면서 범실로 한국전력에게 리드를 허용했다. 28-27. 하지만 김규민이 만회하는 속공 득점으로 대한항공은 다섯 번째 듀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은 한국전력의 공격수들이 범실로 자멸하지 않았다. 서재덕이 C속공으로 29-28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한항공의 공격을 수비로 걷어 올리고 타이스에게 오픈 찬스가 돌아갔다. 클러치 범실이 잦았던 타이스. 하지만 세트 30번째 득점을 성공시키며 감격적인 팀의 2연승이 만들어졌다.
서브 ONE-TOOL, 이제는…
이날 경기 MVP는 타이스라고 할 수 있다. 60%가 넘는 공격 성공률과 29득점. 에이스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해냈다. 하지만 그보다 임성진의 플레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성진은 대한항공전 15득점(공격 14득점, 서브1개)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 66.67% 공격 효율이 무려 61.90%였다. 범실이 단 1개 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기록으로는 알 수 없지만 플레이에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니 최근 경기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그의 수비력(리시브)은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실패도 많이 해봐야 기량이 발전할 것이다. 그러니 제발 자주 빼지 않기를…어쨌든 그동안 임성진은 공격할 때 그냥 때리는 스타일이었다.
상대 벽이 높은데 누가 봐도 용병이 아니면 그 벽을 버텨낼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냥 강타만 고집하다가 시원하게 상대 블로커들의 먹잇감이 됐다. 한국전력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 그러나 최근 경기에서는 완급 조절이라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밀어 넣기가 필요할 때 밀어 넣고, 상대 손끝을 이용해야 할 때는 손끝을 이용한다. 그리고 강타만을 고집하면서도 자신감이 없는 플레이가 주특기였던 임성진.
그러나 최근에는 과감하게 공격을 시도하고, 막힐 것 같을 때, 과감하게 상대 코트를 뚫는 공격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그가 많은 성장과 발전을 했다고 하기는 이르다. 다만 계속해서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할 때, 한국전력은 물론 V리그에 새로운 아웃사이드 히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더는 원 툴 플레이어가 아닌 한국전력의 기둥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굳건한 한국전력의 방패 신영석이 있기에…
V리그에는 좋은 미들 블로커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신영석과 비교 대상이 될 만한 선수는 없는 것 같다. 물론 V리그 출범 이후로 보면 이선규, 윤봉우 등 훌륭한 미들 블로커들이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중앙 방패 역할을 넘어 공격에서도 이만한 선수는 없었던 것 같다.
강한 서브를 바탕으로 상대를 흔들 수 있는 능력과 언제든 10득점 이상이 가능한 미들 블로커. 이런 선수를 버린 팀이 바보일 뿐이다. 어쨌든…
시즌 초반부터 좋지 않은 소식에 흔들렸던 한국전력. 그러나 최근 2경기 정상화가 됐다. 그러나 한국전력이 진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 공격수들이 굳건한 폭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중앙의 힘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훌륭하지만 좌-우 날개가 범실에 많은 노출(?)이 됐고, 세터도 불안정하다. 한번 무너지면 답이 없는 팀이다.
그러므로 든든한 배경이 필요한데 그것이 신영석이다. 어느덧 마흔 살을 바라보는 위치로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팀의 중심으로 힘이 남아 있다. 그리고 한국전력이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영석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가 없다면 새로운 중앙은 당분간은 힘들 수도…물론 좌-우 공격수들에 비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중앙에서 속공과 블로킹으로 확실한 힘을 보여준 것도 사실.
한국전력은 ‘신영석의 서브 포지션 – 반격 – 해결’이라는 공식을 확실하게 만든다면 어느 팀도 무섭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임성진이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고 타이스도 경쟁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사진 : 한국전력 빅스톰
'KOVO > V-Zo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의 OK금융그룹도 대단… (1) | 2023.11.23 |
---|---|
현대캐피탈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0) | 2023.11.22 |
KB손해보험의 8연패를 보면서… (0) | 2023.11.17 |
전기 충전, 한국전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0) | 2023.11.14 |
7연패의 KB손해보험, 답이 없는 것일까? (1) | 2023.1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