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올 시즌 미리 보는 ‘챔프전’이 아니었을지…
25일 장충에서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시즌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날 경기는 풀세트까지 가는 숨 막히는 승부가 이어졌다.
결과는 1-2세트를 모두 내주고 내리 세 세트를 따낸 우리카드의 3-2(13-25, 32-34, 32-30, 25-18, 17-15) 대역전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경기는 여러 가지로 우리카드에게 의미가 있었다. 먼저 팀으로는 창단 첫 개막 후 4연승을 기록했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마테이 콕은 47득점으로 올 시즌 최다 득점을 이뤘다. 그리고 팀의 수장 신영철 감독은 통산 277번째 승리로 V리그 역대 최다승(종전 전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276승) 감독으로 등극했다. 특히 신영철 감독의 지도자로 커리어는 여전히 진행형이기에 앞으로 몇 승까지 이루어질지 지켜볼 부분이다.
Game Review
출발점에서는 대한항공이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1세트 첫 테크니컬 타임아웃 시점에서 대한항공은 8득점 중 블로킹 득점이 4점이었다. 이 밖에도 공격에서 안 되는 것이 없었다. 반면 우리카드는 수비에서 구멍이 뚫렸고, 김지한의 무한 벽치기도 팀의 힘을 잃게 만들었다. 그 결과 1세트는 25-13으로 대한항공이 가볍게 승리했다. 어쩌면 싱겁게 끝날 것 같은 경기…
하지만 2세트부터는 달랐다. 우리카드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1세트의 모습은 전혀 없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9번의 듀스 접전을 펼치면서 누가 이겨도 나무랄 수 없는 그런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32-32에서 세트 포인트에 도달한 대한항공은 마테이의 범실이 나오면서 2세트도 34-32로 승리했다.
상대는 대한항공, 그리고 우리카드는 2세트를 놓친 데미지가 매우 클 것 같았다. 하지만 3세트부터 우리카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우리카드가 먼저 도달하면서 계속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또한 19-17에서 원포인트 서버 정성규의 에이스가 터진 이후 2-3점의 리드로 세트를 따내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19-21에서 정한용이 마테이의 공격을 차단했고, 이어 마테이의 공격 범실로 동점을 만든 것.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이수황-에스페호의 연속 블로킹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는 역시나 쉽게 끝나지 않았다. 무려 7번의 듀스 어게인.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카드가 웃었다. 30-30에서 잇세이의 서브가 우리카드 진영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반격 기회에서 김지한의 공격 득점으로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고, 다시 반격 상황을 맞이한 우리카드는 마테이가 공격을 성공시키며 32-30으로 3세트를 따냈다.
4세트는 1세트의 데쟈뷰였다. 다만 위치가 바뀌었을 뿐. 우리카드는 초반부터 꾸준히 연속 득점. 세트 중반 이후에도 6-7점 이상의 리드를 하며 25-18로 승리 최종 승부는 파이널 세트로 이어지게 됐다.
마지막 세트가 싱겁게 끝났다면 재미가 반감됐을 것이다. 하지만 5세트 역시 2-3세트 못지않은 드라마 같은 경기가 연출됐다. 먼저 기세를 올린 쪽은 우리카드였다. 4-4에서 득점에 성공해 5-4를 만든 우리카드. 서브에 마테이. 그리고 우리카드는 두 번의 수비로 대한항공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기회를 잡았고, 마테이가 득점을 올리며 6-4로 달아났다. 이어 오재성이 역시나 신들린 수비로 반격 기회를 만들어냈고, 마테이가 끝냈다. 6-8점까지 우리카드의 득점 패턴은 마테이 서브 – 수비 – 반격 마테이 – 상황 종료가 연출 된 것.
무난하게(?) 승리를 차지할 것 같았던 우리카드. 하지만 대한항공은 야금야금 따라붙었다. 그 중심에 에스페호가 있었다. 101-12에서 에스페호의 득점과 마테이의 범실로 동점을 만든 대한항공. 반면 우리카드는 4점의 리드를 쉽게 따라잡히며 역전까지 허용하기도 했다.
게다가 잇세이의 서브 에이스로 14-13으로 앞섰지만 대한항공에 다시 연속 득점을 허용. 자칫 경기를 내줘야 하는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우리카드에는 마테이가 아니 오재성도 있었다. 마테이의 동점포로 만든 15-15에서 대한항공의 공격을 오재성이 걷어 올렸다. 그리고 마테이가 득점에 성공하며 16-15로 역전에 성공한 것. 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한태준이 에스페호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길고 길었던 승부는 우리카드의 승리로 끝이 났다.
V리그 최다승 감독 앞으로도…
선수들의 대기록도 중요하지만, 감독의 기록 역시 중요하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신영철 감독은 이날 승리로 통산 277번째 승리를 기록했다. V리그 출범부터 LG화재 시절부터 커리어를 시작한 신영철 감독. 지금까지 챔프전 우승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한, 대한항공-한국전력에서도 아쉬움이 많은 마무리를 했었다. 그리고 네 번째 팀을 맡았다.
무엇보다 여전히 V리그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요즘 스포츠는 지도자의 세대교체를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젊다고 훌륭하고 많다고 해서 낡은 지도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현재 V리그도 신영철 감독을 제외하면 뭐…그런데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것은 분명 귀감이 될 수도 있고, 베테랑 지도자를 푸대접하는 풍토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제 신영철 감독 커리어에도 챔프전 우승이 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보다 훌륭한 마테이 콕. 그리고 느닷없이(?) 다른 세터들을 압도하고 있는 한태준.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즌이 될 수도…
마테이 그리고 숨은(?) 조력자 오재성
이날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외국인 선수 마테이 콕. 47득점! 이것 하나로 설명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마테이는 원래 팀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가빈과 많이 비슷하게 생겼다. 어쨌든…
대한항공전 다소 힘든 경험(?)을 했지만 역시 마테이는 마테이였다. 제발 퍼지지 말고 부상 없이 끝까지 가기를…
그런데 이런 마테이를 더욱 빛나게 했던 이는 리베로 오재성이다. 어쩌면 우리카드가 져야 할 경기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오재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였다. 1세트 김지한의 무한 벽치기 + 불안한 리시브 + 한성정도…그런데 우리카드가 살아난 계기는 공격수들의 각성도 있지만 상대 공격을 걷어낸 오재성의 빛나는 수비, 거미줄보다 더 끈끈한 수비 덕분이었다.
사진 : 우리카드 우리원
'KOVO > V-Zo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0도 달라진 삼성화재, 벌써 3승 달성… (0) | 2023.10.28 |
---|---|
현대캐피탈의 4연패 그보다 감독이 가장 문제다 (1) | 2023.10.27 |
KB손해보험에 항의 툴(?)도 장착되는 것인가? (0) | 2023.10.25 |
잘 준비한 팀과 잘못 준비한 팀 (0) | 2023.10.22 |
대등한 경기력, 디테일의 차이… (0) | 2023.10.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