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보다 KBO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로의 가능성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 반갑다.
1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는 KBO리그의 새로운 역사가 작성됐다. 1회말 2번 타자 박찬호 타석에서 투수의 세 번째 투구 속도가 무려 100마일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공식 기록은 160.1km로 KBO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스피드였다. 참고로 경기장 전광판에 159km, 방송사에는 161km가 기록됐다.
이 주인공은 한화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2년차 우완 투수 문동주다.
그런데 이날 문동주의 기록은 매우 반가운 기록이다. 동시대를 살면서 야구를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즐겁고 기대가 크다. 그런데 160km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벌써 언론에서는 “일본이 부럽지 않게 될 것이다.” 등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는데 160km 한 번 던지고 대책 없는 투수가 된다면 뭔 소용이 있나? 즉 160km를 던진 KBO리그 첫 투수라는 점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하지만 160km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문동주는 평균 150km 초-중반. 그리고 150km 중-후반도 어렵지 않게 기록하는…스피드로는 외국인 투수를 이미 압도하는 그런 투수라는 것이다. 현재 안우진을 제외하면 이런 투수는 KBO리그에 없다. 그런데 문동주가 그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WBC 광탈(?)로 한국 야구는…정확히 말하면 언론은 ‘구속’에 더욱 집착한다. 그런데 꼭 WBC가 아니더라도 한국 프로야구 투수들의 구속이 너무 느린 것은 사실이다. 150km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은 불펜에서 반짝하다가 사라지거나 이름만 잠깐 알리다가 사리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현장 혹은 야구인들도 “구속보다 제구력이다.”라는 이상한(?) 마인드로 투수들의 수준을 떨어뜨린 것도 사실이다.
일단 아무리 빠른 볼을 던져도 제구가 안 되면 소용없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일부러 투수의 구속을 제거(?)하는 것은 정말 무능한 지도자 아닌가? 아니 지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150km을 던지는데 제구가 안 되는 선수가 있다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구속을 유지하면서 제구력을 잡아가야 하는 것이 진짜 지도자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툭하며 투구/타격폼 교정을 하다가 구속을 제거(?)하고 기교파 혹은 이도 저도 아닌 투수를 만들어 버린다. 그런데도 ‘명장’ or ‘유능한 지도자’로 언론이 칭송할 때마다 구역질이 난다.
어쨌든 이런 현실 속에서 문동주의 탄생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반가운 일이다. 물론 문동주는 지난 시즌에도 자신의 장점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제는 단순한 기대를 실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문동주는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무실점 승리 투수가 됐다. 내용은 지극히 평범했다. 다만 주목을 받았던 것은 평균 150km를 던지는 투수였기 때문이다.
12일 경기에서도 문동주의 평균 구속은 150km 초-중반을 형성했다. 그리고 150km 중반 이상도 어렵지 않게 던진 것. 물론 상대가 삼성-KIA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무너지지 않는 피칭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구속에 대해서는 더는 얘기할 필요가 없다. 이대로만 유지/발전 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2년차 선수이고 아직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보완해야 할 부분은 확실히 많다. 마운드에서 다이내믹하고 파워풀한 것은 좋다. 다만 정교함이 떨어진다. 즉 제구력이 장재영처럼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패스트볼도 그렇고 변화구도 그렇고 너무 변화무쌍(?)하다. 물론 완벽하다면 KBO리그에 없겠지만…단순한 제구 혹은 볼넷의 수치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너무 거칠다고 해야 할까?
일각에서 ‘류현진’을 언급하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구속은 류현진을 압도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루키 시즌 때도 마운드에서 침착했다. 볼넷 여부를 떠나 투구 자체도 정교했다. 그것이 차이다. 류현진과 스타일 자체가 다른 선수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무리가 있다. 어쩌면 김광현의 신인 시절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냉정히 말해서 그 시대 류현진 – 김광현 – 윤석민을 놓고 보면 김광현이 가장 다이내믹했다. 그러나 정교함에서는 류-윤이 더 앞섰다. 즉 문동주도 그런 느낌이다. 다만 김광현은 2007년 한국시리즈 이후 그리고 당시 김성근 감독 시절이라는 점에서 생각보다 일찍 보통 수준(?)의 정교함을 장착할 수 있었다. 어쨌든…
투구 폼 교정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정교함을 장착할 수만 있다면 문동주는 안우진과 함께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것이고 그의 전성기는 더 빨리 올 것 같다. 그리고 다음 WBC의 마운드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당장은 그를 손대지도 말고, 흔들지도 말고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 그것이 코칭스텝이든 언론이든…어차피 문동주에게는 지난 2경기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만날 강팀들과 승부 그리고 올 시즌 더 나아가 미래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150km을 우습게 던질 수 있으면서도 리그를 떠나지 않아 줘서 고맙고, 새로운 대형 선수로 탄생을 알려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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