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998시즌 뛰었던 2명의 외국인 선수(파라, 베이커)와 결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1999년 외국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자신들이 원하던 ‘찰스 스미스’를 선택하고 2라운드에서는 ‘빌리 홀’이라는 내야수를 선택했다.
홀은 트라이아웃 평가전 6경기에서 타율 0.667 도루 2개 4타점으로 나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서정환 감독은 내야 강화와 홀이 1번 타자로 재능이 있다고 판단했고, 홀은 계약금 2만 달러 연봉 6만 달러 등 총액 8만 달러에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알려지기로 홀은 마이너리그에서 도루 80개를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 시즌 최다 도루가 49개였던 것. 물론 주력만 놓고 보면 ‘리키 핸더슨’이 부럽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또한, 그는 직전 시즌 도루왕의 도루 숫자보다 1개 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주루 스피드를 제외하면 모든 능력이 기대 이하였다.
홀은 마이너리그에서 90% 이상 2루수로 시간을 보냈고, 외야 수비는 경험이 없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1998년 잠깐 유격수로 알바(?)를 했지만 역시나 생소한 자리였다. 그런데도 서정환 감독은 그를 유격수로 기용했다.
(참고로 서정환 감독을 욕할 일은 아니다. 현대 카날리 편에서도 밝혔지만 1999년 트라이아웃 수준이 워낙 떨어져 대부분 구단은 일단 그중에서 가장 나은(?) 선수를 뽑아놓고 포지션을 변경하는 것이 마치 국룰(?)이었던 것…)
결과는 완전히 망했다.
유격수로 홀의 수비 실력은 사실상 ‘구멍’에 가까웠다. 그 결과 서정환 감독은 홀을 외야로 보내버렸다. 외야 경험이 사실상 없었던 그를 외야로 보내놓고 안정적인 수비를 바라는 것은 모험이 아닌 무모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위에서 밝혔듯이 어쩔 수 없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는 시즌 전부터 퇴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6할대 타율과 유일한 장점(?)인 빠른 발을 이용해 현란한(?) 주루 능력을 과시하며 감독의 마음을 돌려놓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는 이것이 전부였다는 사실…
아무리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도 출루해야 뭔가를 할 수 있는 법. 그런데 시즌에 들어가자 홀은 ‘물방망이 용병’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게다가 불안한 수비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그의 신세는 8만 달러짜리 대타/대주자 요원이 됐다. 당시 환율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당시 우리나라 선수들의 연봉을 생각한다면 무시무시하게 비싼 몸값의 백업 요원이었던 셈.
물론 기회는 있었다. 정경배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그 자리에 들어갔던 것. 물론 이때 잠시 활약으로 반등하는 것 같았지만 ‘반짝 활약’에 그친 것.
결국 홀은 1999시즌 116경기 타율 0.244 도루 47개를 기록하며 한국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롯데와 플레이오프에서는 7경기를 모두 뛰기는 했다. 그런데 25타수 3안타 타율 0.120 출루율 0.154 장타율 0.160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기며 한국과 인연을 마감했다.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간 그는 2000년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그는 125경기를 뛰며 타율도 고작 0.245에 머물렀지만 무려 104개의 도루를 한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출루율이 0.330에 그쳤다는 것이다. 2001년에는 3할에 육박하는 타율과 함께 도루 72개를 기록했다. 발 하나는…
이후 2005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고, 이후 근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좀 잘했으면 하는 선수였다. 당시에도 외국인 타자는 ‘거포’가 1순위였던 풍토에서 홀은 새로운 유형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최고의 1번 타자들과 도루 경쟁을 기대했지만 뭐…
한 가지 여담으로는 드래프트 당시 삼성은 당초 ‘제이 데이비스’를 지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명 당일 서정환 감독이 홀을 선택한 것. 만약 데이비스가 삼성에서 뛰었다면 역사가 달라졌을지도…다만 당시 삼성 내야는 베테랑 류중일을 제외하고 정경배-김태균 정도가 있었고, 훗날 유틸리티맨으로 뛰었던 김재걸도 군복무를 했던 시절이다. 그래서 내야 자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서정환 감독을 좋게 보는 이가 없어서 씹힐 뿐…홀을 선택한 것도 어쩔 수는 없었다. 또한, 데이비스도 한화 시절 초반에는 퇴출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 William Earl Hall - 한국명 : 빌리 홀
● 1969년 6월 17일생
● 우투양타/ 내야수
● 1991년 드래프트 17라운드 샌디에고 지명
● 주요 경력 : 99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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