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소신 발언이었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대표팀 주장으로 이제 국가대표에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된 선수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김현수가 대표팀 은퇴 선언 아닌 선언을 했다. 앞으로 김현수가 국가대표로 나오지 않아도 전혀 이상할 나이가 아니다. 분명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이다. 또한, 대표팀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야구인들을 향해서 서운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발언은 전혀 소신 발언도 아니고,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될 타이밍에 했다. 더 나아가 전혀 맞지 않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긴장해서 온전한 플레이를 못했다.” 이는 실력이 문제인 것이다. 왜? 다른 나라 선수들은 긴장 안 했다는 증거가 있나? 게다가 WBC 대표 선발을 놓고 추신수가 “아직도 김광현, 양현종이냐?”라는 발언을 했을 때, 김현수는 국가대표는 실력에 따라 선발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분명 국가대표 첫 경험의 선수들도 있었지만, 잔뼈가 굵은 선수들도 있었다. 그런데 무슨 긴장 탓하나? 오히려 국가대표로 경험이 없던 박세웅이나 원태인은 경험 많은 선배들보다 더 잘 던졌다. 그리고 대표팀에 경험이 많던 김현수 본인은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긴장을 해서였을까?
결과론이지만 호주전에 승리했다면 긴장해서 실력이 안 나왔다고 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일본과 경기에서 패했지만 남은 경기는 다 이겼다. 체코나 중국은 약체라서 긴장이 안 됐다면 호주에게 왜 그랬을까?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이다.
좋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일부 야구인들의 쓴소리에 대한 반응은 전혀 소신 발언과 무관한 감정적인 대응에 불과하다.
만약 국가대표로 뽑힌 적이 적거나 그런 이력이 없으면 말할 자격도 없는 것일까? 이런 논리라면 KBO총재인 허구연 위원도 프로야구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 왜? 그가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프로야구’가 없었다. 김현수의 논리라면 “프로야구도 못해본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냐?”라는 것 아닌가? 이런 논리라면 김응룡 전 감독 같은 사람도 할 말이 없고…올 시즌 새로운 LG의 수장인 염경엽 감독의 현역 커리어를 본다면 1군 감독이 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염경엽 감독이 선수의 타격을 지도한다면 “1군에서 많이 뛰어보지도 못하고 3할도 못 쳐본 사람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게다가 “우리와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에 아쉽다.”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 야구인이라면 모든 것에 “그래! 잘했다.” “그럴 수도 있다.”라는 식으로 감싸야 할까?
강백호의 껌 논란(?)이 있을 때, 그 불을 지핀 장본인이 ‘박찬호’였다. 왜 그때는 아무 말 못 한 것일까? 그때도 “같은 야구인인데 너무하다.”라고 해야 했다. 그때는 주장이 아니라서 말을 아낀 것일까?
김현수의 발언이 왜곡됐다면 왜곡한 사람이 문제겠지만 김현수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다면 한국 야구는 발전이 없는 것이다. 잘못은 잘못이라고 해야지, 동종업계 사람이니까 넘어가야 한다? 거의 정치인들이나 썩어빠진 조직의 문화. 이것이야말로 꼰대 같은 생각이 아닐지?
사진 : https://sports.news.naver.com/news?oid=108&aid=000313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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