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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V-Zone

감독직 수락 그리고 고사 결국 다 잃었다

by 특급용병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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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야 할까?

 

여자배구 흥국생명은 현재 V리그 최고의 이슈를 끌고 있는 팀이다. 불과 몇 주 전만 하더라도 김연경을 중심으로 좋은 의미에서 이슈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그 반대의 위치에 있다.

 

어차피 다 아는 일이니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다.

 

그런데 이후의 일 처리 방식을 보면 과연 프로 구단인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모기업은 소나기만 피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1980년대 프로야구도 이런 운영은 안 했다. 그리고 역대 프로 스포츠에서 이런 사례는 없었다.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지 않은가?

 

감독을 내보냈다. 그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오해와 억측 및 사실도 일파만파로 퍼질 수 있다. 다만 감독을 선임하는 시점이 너무 좋지 않았다. 해당 라운드 혹은 다음 라운드가 끝난 것도 아니고, 시즌이 끝난 것도 아니다. 성적 부진도 아니고 구단과 불화로 쫓겨난 상황에서 배구계 + 선수들도 한목소리로 구단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데 일사천리(?)로 흥국생명은 신임 감독을 발표했다. 또한, 그 감독도 신임 감독으로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상황을 더욱 깊은 나락으로 이끌고 있는 상황. 그런데 돌연 신임 감독이 못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대행의 대행으로 시즌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드라마 같으면 권순찬 감독, 이영수 코치가 다시 복귀해 팀이 완전하게 탄력받아 우승으로 끝나는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겠지만 현실에서 떠난 이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돌아올 가능성은 0%. 아무리 팬들이 혹은 선수들이 애원하고 원한다고 해도 말이다. 참고로 구단의 행위가 괘씸한 것이지 팬들도 권순찬 감독의 지도력을 만족하거나 지지하는 것은 아닐 수도

 

어쨌든 흥국생명은 당분간 누구도 감독을 맡지 못할 것이다. 물론 자리에 눈 어두운 이가 있다면 덥석 물겠지만 이미 한 번 실패했다. 흥국생명의 이미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좋지 않았다(어쩌면 V리그 출범부터라고 해야 할까?). 다만 화려한(?) 선수단으로 커버했을 뿐이다. 그래서 흥국생명은 팬들에게 비난받고 욕먹는 것 크게 신경 안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김기중 감독은 다르다.

 

배구판은 좁다. 이미 팀을 떠난 권순찬 감독도 현역 시절 동기 아닌가? 게다가 삼성화재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 두 사람의 개인적인 친분은 잘 모르겠지만일단 제3자 혹은 팬들이 보기에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아무리 개선됐다고 하지만 한국 사회만의 그 암묵적인 룰(?)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친구가 억울하게 쫓겨난 자리에 다시 들어간다는 것은 굳이 설명 안 해도 어떤 시선을 받을지 다 알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감독 선임 기회가 오기 전, 이미 권순찬 감독의 경질로 배구판은 분노했다. 같은 리그에서는 김호철 감독이 강력하게 직언을 했고, 남자부에서는 신영철 감독이 뼈 때리는 말을 했다. 이 밖에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안 내고를 떠나서 현재 V리그 남녀 리그의 감독들은 대부분 같은 시대를 뛰었던 선후배 사이들이다. 심지어 삼성화재 출신들도 많이 포진해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감독 자리를 생각하고 있어도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기회가 안 올 수도 있지만, 배구판은 좁다. 지도자도 많지 않아서 막말로 돌려막기로 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언젠가 기회는 온다. 그런데 굳이 경솔한 선택을 해야 했을까?

 

만약어떤 비난과 비판에도 감독직을 수락하고 이행했다면 그나마 우스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기중 감독은 감독직을 고사했다. 이는 경기를 치르지 않고, 팀에 합류는 하지 않았지만 사퇴 아닌 사퇴를 한 것이다. 물론 그나마 잘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행동도 그리 환영받지 못할 모습이다. 어차피 이럴 것이라면 애초에 고사를 하든가, 차라리 시즌 후 합류하는 쪽으로 합의를 봤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김기중 감독에게 악감정은 없다.

 

그냥 현역 시절 강한 서브와 공격력은 좋은데 워낙 삼성화재의 선수층이 두터워서 주전이 될 수 없었던 비운의 선수라고 생각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수락과 고사 과정은 참으로 아쉬울 뿐이다. 어쩌면 다른 이들은 피해 볼 것도 없다(흥국생명 구단 기준). 괜히 앞-뒤 가리지 않고 끼었다가 김기중 감독 본인이 최대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닐지

 

사진 :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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