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은 최고의 출발을 했고, 한 팀은 답이 없는 출발을 했다. 그러나 한순간에 두 팀의 운명이 바뀌었다. 최고의 팀은 에이스의 부상으로 나락으로 향하고 있다. 반면 더는 떨어질 곳이 없던 팀은 그나마 조금씩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전자는 한국전력, 후자는 KB손해보험이다. 그리고 이들은 묘한 지점에서 만났다. 이미 1라운드에서 KB손해보험은 한국전력을 상대로 승리하며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반면 한국전력은 엘리안이 빠진 첫 경기이자 연패의 출발점이 KB손해보험 전이었다. 어쨌든 이런 사연 속에서 시즌 두 번째 대결을 수원에서 펼치게 된 것…
Game Review
한국전력은 여전히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1세트는 한국전력이 리드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고, KB손해보험은 압도적인(?) 범실을 하면서 한국전력을 도와줬다. 그 결과 1세트 25-21로 한국전력이 가볍게 따냈다.
두 번째 세트는 팽팽하게 이어졌다. 특히 세트 후반으로 접어들 때도 좀처럼 깨지지 않던 균형은 한순간에 조각났다. 18-18에서 KB손해보험의 서브를 한국전력 리시브 라인이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갔다. 그리고 전위에 있던 스테이플즈가 다이렉트 공격을 하면서 19-18이 됐다. 물론 한국전력이 바로 득점을 했다면 다시 팽팽한 경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서재덕의 넷터치와 임성진의 공격 범실까지…어느덧 24-20이 됐고 KB손해보험이 그냥(?)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김동영이 서브 포지션에 들어오면서 한쪽은 분위기 업, 한쪽은 공포를 겪게 됐다. 21-24에서 들어온 김동영이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22-24가 됐다. 그리고 다시 한번 때린 김동영의 서브는 돌아오지 않으면서 23-24가 됐다. 심지어 세 번째 서브 이후 동점 기회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한국전력에는 해결사가 없었고 KB손해보험에는 비예나라는 해결사가 있었다. 그 결과 25-23으로 KB손해보험이 2세트를 따냈다.
2세트와 비슷하게 전개된 3세트. 22-22로 맞서며 듀스 어게인을 생각할 수 있던 상황. 하지만 한국전력의 세터 야마토가 흔들리면서…그리고 KB손해보험의 새롭게 합류한 베테랑 박상하의 신들린(?) 블로킹으로 임성진의 공격을 연속으로 잡아내면서 순식간에 스코어 24-22가 됐다. 박상하 덕분에(?) KB손해보험은 세 번째 세트도 25-23으로 따내며 한발 앞서나갔다.
이후 KB손해보험은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방전이 되고 말았다. 4세트는 그냥 일방적인 세트였다. 한국전력은 주전 선수들을 대부분 벤치로 불러들일 정도로 세트 초반 승부가 결정됐다.
세트 스코어 3-1로 KB손해보험이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냈다. 참고로 KB손해보험의 2승 모두 한국전력을 상대로 만든 것이다. 반면 한국전력은 3연패로 점점 기세가 꺾이는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리빙 레전드’ 신영석, 블로킹 1250개를 돌파하다
V리그 역사상 최고의 미들 블로커로 이미 등극했다. 그리고 기록적인 면에서도 어쩌면 향후 넘볼 수 없는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날 1세트 블로킹을 기록하면서 V리그 통산 1호 블로킹 1250개를 달성했다. 언제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신영석의 기량이라면 4-5년도 거뜬히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블로킹 2000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1500-1600개 달성은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3-4년 혹은 4-5년이라면 가능해 보인다.
어쨌든 숫자를 떠나 여전히 신영석의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고 동시에 V리그 역사를 빛내는 더 큰 대기록 달성이 기대된다. 덤으로 한국전력에서 우승까지 경험하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아무튼 야마토 세터를 만나서 전성기에 버금가는 속공을 보여주고 있고, 팀이 최근 이기지 못해서 나타나지는 않지만, 여전히 날개 공격에 버금가는 강력한 공격 옵션임을 증명하고 있다.
해결사 부재를 다시 한번 느끼다
이날 패배의 이유라면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외국인 선수의 부재였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2세트 23-24였다. KB손해보험이 공격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한국전력에게 기회가 왔다. 이때 엘리안이 있었다면 동점이 됐을 것이다. 아니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면 동점 확률은 매우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전력에는 외국인 선수도 없었고, 엘리안도 없었다. 그리고 공격을 끝내줄 선수도 없었다.
그 결과 2세트를 아쉽게 내줬다. 물론 이런 모습은 비단 이날 경기만 그런 것도 아니고 2세트만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이날 경기는 한국전력이 쉽게 잡을 수도 있었다. 단 엘리안이 있었다면…하지만 핑계이기는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었던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던 경기였다. 권영민 감독의 인터뷰로는 새로운 선수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확실한 용병에 임성진-서재덕 조합이면 누구보다 대한항공에 대항마로 꼽을 수 있는 팀이었다. 세터가 야마토이기에…
그러나 현실은…더 길게 말할 것 없이 빨리 대체 선수를 구하기를…
아쉬운 비예나의 서브 1개, 새로운 짝 스테이플즈
KB손해보험의 에이스 안드레스 비예나는 이날 24득점 성공률 55.88%를 기록했다. 뭐가 어떻든 비예나는 자기 역할을 해낸다. 이날도 그랬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3개에서 부족한 서브 1개였다.
후위 공격은 당연히 달성했고, 블로킹도 3개를 기록했다. 여기에 서브 하나면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었다. 하지만 서브가 부족했다. 4세트에 서브 득점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전력의 포지션 폴트가 지적되면서 서브 에이스가 인정이 안 된 것. 이후 다시 기회가 찾아왔지만,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런데 AQ선수 맥스 스테이플즈의 활약은 KB손해보험의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 물론 속단은 금물이다. 스테이플즈가 강팀과 경기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어쨌든 시즌 첫 선발 출장한 그는 13득점 성공률 56.26%를 기록했다. 공수 전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스테이플즈. 그래서 빨리 강력한 팀과 경기력을 보고 싶을 뿐이다.
승리는 좋은 것 그러나…
KB손해보험은 이날 승리로 승점 7점을 기록하며 4점의 OK저축은행과 간격을 늘렸다. 물론 OK저축은행이 1경기를 덜 했다. 하지만 1라운드 5연패 하던 그런 팀이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다. 다만 2승 모두 엘리안 없는 한국전력이라는 것이…그런데 그런 것보다 일단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상대에게 잡힐 뻔 경기력은 문제가 있었다.
일단 범실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이는 그 정도로 팀이 견고하거나 디테일한 면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상대는 주포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팀을 상대로 박빙의 경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달리 말하면 나경복-황택의가 돌아왔지만, 이 두 선수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나 선수층이 두터운 팀과 비교할 수는 없다. 게다가 최상위권 팀과도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정교함이 떨어지고, 자칫 한두 부분에서 엇박자가 나면 경기는 파이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진 : https://m.sports.naver.com/volleyball/article/076/0004217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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