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KIA는 2명의 외국인 투수 가운데 한 명을 우완 투수 ‘릭 구톰슨’으로 결정하고 계약금 7만 달러, 연봉 23만 달러에 계약했다.
구톰슨은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었다. 그러나 일본 무대에서 경험이 풍부했다. 그는 야쿠르트에서 2시즌(2005-2006), 소프트뱅크에서 2시즌(2007-2008) 등 총 4시즌 동안 35승 37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그리고 2006년 5월 25일 야쿠르트 소속으로 일본 야구 역사상 외국인 선수 중 6번째로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또한, 2007년 교류전에서는 장외 홈런을 치는 진기한 모습을 연출한 투수였다. 하지만 금지 약물 복용(경고 조치)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었다. 어쨌든 140km 중반의 구속과 안정된 제구력 및 경기 운영은 높게 평가받던 인물
구톰슨은 데뷔전에서 김광현과의 맞대결을 펼쳤다. 그 결과 7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패배의 맛을 봤으나 두 번째 경기에서 8.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첫 승을 올린 후 6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중반까지 KIA는 6선발 체제로 마운드를 운영하면서 구톰슨은 철저한 관리를 받았다. 8월 1일 경기에서 승리로 시즌 10승을 달성…강력한 다승왕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꽃길을 걷던 그에게 어둠이 찾아왔다. 13승으로 다승 선두를 달리던 8월 말.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다승왕 판도가 바뀌었다. 게다가 시즌 막판 선두 자리를 위협받을 때, 구톰슨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구위는 이전과 전혀 달랐다.
결국, 구톰슨은 부상에서 복귀 이후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며 2009시즌 13승 4패 평균자책점 3.24로 시즌을 마감했다. 구톰슨은 13승으로 다승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다승 1위는 14승으로 3명이었다. 부상만 당하지 않았다면…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 최대 약점은 구톰슨이었다. 물론 문제없다는 원론적인 얘기는 나왔지만…어쨌든 3차전 선발로 등판, 비교적 호투를 이어가던 와중에 우천으로 중단된 것. 이후 리듬이 깨지면서 좋았던 구톰슨은 없었다. 게다가 제구력도 우리가 알던 구톰슨이 아니었다. 결국 구톰슨은 3차전 2이닝 4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마지막 7차전에서도 선발로 등판했다. 그러나 박정권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만 보여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2009시즌 KIA는 12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시즌 막판-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지만, 구톰슨의 재계약은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구톰슨은 시즌 중에도 “다음 시즌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라는 의사를 솔직히 밝히기도 했고, 시즌 중 어깨가 아픈데도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참고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또한,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선일본, 후한국”이라는 협상 원칙을 세웠다고 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언론의 조작(?)이었다고 해도 구톰슨이 일본에 마음을 두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항간에는 구톰슨이 100만 달러 이상을 요구해 무산됐다고 했다. 물론 KIA의 태도는 매우 미온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부상이 심각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후반기 부진과 부상 이후 뚝 떨어진 구위와 한국시리즈에서 그의 피칭은 컨디션이나 상대에게 간파를 당한 것이 아닌 몸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밖에…
또 다른 설로는 구톰슨이 로페즈와 자신을 차별한 것에 대한 불만이 컸다는 얘기도 있었다. 물론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는 알게 모르게 퍼져있었다. 어쨌든 다시 한번 함께할 것 같았던 구톰슨은 2009시즌이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 생활이 되었다. KIA는 2010년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를 퇴출하면서 구톰슨의 재영입도 고려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비록 한국에서 한 시즌만 뛰었지만, “구동순”이라는 한국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KIA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KIA가 그와 재계약 진행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팬들은 구단의 입장을 비판하기도 했었다. 결과론이지만 만약 구톰슨이 시즌 막판 부상만 당하지 않았다면…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한 번 더 그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그의 에피소드로는 목동에서 넥센과 경기 도중 구톰슨이 매점에 유유히 등장해 라면을 사가는 모습이 어떤 팬에 의해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모습을 보면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는 것. 구톰슨의 라면 셔틀은 역대급으로 진기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싶다.
구톰슨은 은퇴 후 자동차 딜러를 한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현재 근황을 알려지지 않고 있다.
● Ricky Lee Guttormson - 한국명 : 릭 구톰슨
● 1977년 1월 11일생
● 우완 투수
● 1997ML 드래프트 22라운드 샌디에고 지명
● 주요 경력 : 2005-2006 야쿠르트 -> 2007-2008 소프트뱅크 -> 2009 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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