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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용병/삼성 라이온즈

추억의 용병 14 - ‘멕시코 선동열’ 나르시소 엘비라

by 특급용병 2024.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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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시즌 앞두고 당한 부상과 그것도 부족해 뛸 의사가 전혀 없었던(?) 매트 루크를 퇴출하고 멕시코 출신의 좌완 투수 나르시소 엘비라14만 달러에 계약했다.

 

엘비라는 1990년 밀워키 소속으로 데뷔. 그해 4경기에 등판 승패 없이 5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이것은 그의 유일한 메이저리그 커리어였다. 이후 트리플A에서 활동하던 엘비라는 2000년 아시아로 무대를 옮겼다. 일본 긴테쓰에 입단해 첫 시즌 67(110.2이닝)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했다. 평범한 기록이었으나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스포츠 뉴스 해외 단신(?)에서 소개되기도 했었다. 이듬해 11패로 부진. 일본 생활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2002년 멕시칸 리그에서 뛰던 그는 삼성의 부름에 한국행을 선택했다.

 

사실 엘비라는 삼성에서 시즌 전 이미 영입하려고 했으나 원소속 구단과 계약 문제로 한국행이 좌절됐다. 또한, 시즌 중 한국행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소속 구단이 팀 에이스였던 엘비라를 놔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 소속 구단 감독은 한국 구단에서 시즌 중 스카우트를 하는 것에 대해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라고 분노했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5월에 합류한 엘비라는 적응 기간이 필요 없었다. 521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볼넷 2개 탈삼진은 무려 9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승리를 장식했다. 엘비라는 전반기 9경기에서 53.1이닝을 소화하며 43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후반기에 나타났다. 후반기 13경기(선발 12경기)에 등판해 93(83.2이닝) 평균자책점 1.61을 기록한 것이다.

 

그렇게 엘비라는 임창용과 함께 삼성 선발 마운드의 원-투 펀치를 이루며 정규리그 우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엘비라는 강력한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직구 구속 최고 140km 중후반이 나오기는 했지만, 평균 136-143km를 형성했고, 훌륭한 체인지업과 슬로커브를 앞세워 완급 조절이 훌륭한 인물이었다.

 

엘비라는 전반기 막판과 9월 부상으로 잠시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2002시즌 22경기에 등판. 136137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엘비라는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투수로는 평균자책점 타이틀 홀더가 됐다.

 

엘비라의 활약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1차전 선발로 등판한 그는 8.1이닝 1실점으로 역투하는 등 2경기 112.1이닝을 소화하며 2.9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200320만 달러에 삼성과 재계약에 성공한 엘비라. 당연히 풀타임 시즌에는 더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2003시즌 엘비라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최대 장점이었던 제구력이 사라졌고,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압도당했다. 이런 부진에 일각에서는 그의 나이(당시 37)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엘비라는 자신의 부진을 추운 날씨 탓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은 뭐가 춥다고 난리냐?” 강하게 비난하기도하지만 계속된 부진 그리고 부상이 겹치면서 엘비라는 5월 중순 2군행을 통보받았다. 5월말 다시 1군으로 콜업 됐지만 몸이 완벽하지 않다.”고 스스로 2군행을 자청. 이틀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생활의 끝이었다(사실 이때 스스로 2군행을 자처했는지는 의심스럽다. 당시 언론 보도는 그랬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옵션 등도 포기하고 이런 일을 할까?).

 

2003시즌 6경기에 등판해 1121.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7.06을 기록하며 삼성과 인연을 끝냈다.

 

한국을 떠난 엘비라는 다시 멕시칸 리그로 돌아갔다. 2006년까지 현역에서 뛰던 그는 마운드를 떠났다가 2009년 다시 복귀했지만 단 2경기를 뛰고 은퇴했다.

 

기대했던 매트 루크의 부상은 삼성에게는 오히려 큰 복이었다. 만약 루크가 퇴출당하지 않았거나 좀 더 늦게 퇴출당했다면 엘비라는 삼성 유니폼을 입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2002년 삼성의 우승은 없었을 수도물론 그가 2002년 한국시리즈를 하드캐리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엘비라는 삼성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줬던 인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2015년 어떤 블로거? 기자? 아무튼 엘비라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물론 곧 그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또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20201월 멕시코에서 무장 괴한에 의한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알려졌는데 그 피해자가 바로 엘비라였다. 특히 사망 당시 그는 삼성 시절 자신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것그래서 올드 팬들은 더 안타까워 하기도

 

● Narciso Chicho Delgado Elvira - 한국명 : 나르시소 엘비라

● 1967년 10월 29일생

● 좌완 투수

● 1990년 9월 9일 ML 데뷔

● 주요 경력 : 1990 밀워키 -> 2000-2001 긴테쓰 -> 2002-2003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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