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KIA는 내야수 ‘윌슨 발데스’와 (계약금 7만 5천 달러, 연봉 22만 5천 달러) 총액 3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는 주전 유격수 홍세완의 수술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발데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3시즌 동안 111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한국 오기 직전인 2007년에는 다저스에서 백업으로 활약하며 41경기를 뛰었다. 발데스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주로 유격수와 2루수로 뛰었고, 3루 수비와 심지어 외야수로 뛰었다. 1루만 제외하면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했던 인물이었다.
문제는 최상급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것. 당시 KIA 코칭스태프는 공격보다 수비를 더 기대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KIA가 그 정도로 공격력이 훌륭했던 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도대체 왜?…
캠프에 합류한 발데스는 역시나 최상급의 수비를 보여줬다. 또한 시범경기에서 또 다른 장기를 보여줬다. 시범경기 9경기 타율은 0.267에 그친 발데스. 그러나 무려 10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특히 10개의 도루를 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발데스의 폭발적인 스피드는 ‘전성기 이종범’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그에게 ‘흑종범’이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다만 그는 삼성 출신의 빌리 홀과 비슷한 스타일이었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2008시즌 개막 후 8경기가 끝났을 때 발데스의 성적은 화려했다. 타율이 무려 0.087을 기록했다(8할이 아닌 8푼…-_-;;). 나가질 못하니 그의 폭발적인 도루 능력은 잠자고 있을 수밖에…조범현 감독은 분명 공격보다 수비를 보고 영입했다고 말했지만 너~~무 수비적인(?) 선수였다.
그리고 발데스는 시즌 초반 8개 구단 타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희생 번트를 성공시켰다. 즉 제대로 타격할 기회도 없었다. 아니 타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 그런데…도루는 Top3 안에 들 정도로 발 하나는 무지하게 빠른 선수였다.
KIA 코칭스태프를 더 답답하게 했던 것은 타석에서 너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볼카운트에 맞지 않게 ‘기습 번트’를 대기도 했다. 극도로 빈타에 허덕이자 수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기 흐름을 끊는 수비 실책이 거듭 발생하면서 팀에 악영향을 끼치는 X맨이 됐다(당시 사용하던 표현이었다).
결국 발데스는 2008시즌 47경기 출장 타율 0.218 도루 13개를 남기고 5월 말 퇴출당했다. 문제는 여기서 또 발생했다. 퇴출당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본 야쿠르트와 계약을 한 것이다. 이에 한국에서 태업한 것으로 오해를 받았으나 그건 아니었다. 야쿠르트에서 29경기를 뛰며 타율 0.256을 기록하고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한 해에 두 번 퇴출…하지만 이는 그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발데스는 2009년 메츠 소속으로 빅리그에 다시 입성했다. 그리고 이듬해 그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다. 2010년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그는 111경기, 2011년에는 99경기를 뛰며 체이스 어틀리와 지미 롤린스의 부상을 훌륭히 메우며 2시즌 동안 무려 210경기를 뛰었다. 2012년에는 신시내티에서 백업으로 77경기를 뛰었으나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시간을 보내며 2015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국내 리그에서 외국인 타자는 무조건 거포가 1순위였다. 그런데 발데스를 영입한 것은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만 완전한 실패작이었다. 발데스의 한국생활은 ‘흑종범’으로 시작해서 ‘흑종국’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 Wilson Antonio Valdez - 한국명 : 윌슨 발데스
● 1978년 5월 20일생
● 우투우타/내야수
● 2004년 9월 07일 ML 데뷔
● 주요 경력 : 2004 시카고W -> 2005 샌디에고 -> 2007 LAD -> 2008 KIA -> 야쿠르트 -> 2009 뉴욕M -> 2010-2011 필라델피아 -> 2012 신시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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