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객관적인 전력 차이 그리고 시즌 순위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시즌 다섯 번째 만남은 매우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였다. 심지어 4세트는 지난 4라운드처럼 듀스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과거 시즌 1-2위와 챔프전 우승을 놓고 매년 엎치락뒤치락했던 그런 분위기를 연출한 경기였다.
30일 2023-2024시즌 V리그 5라운드가 시작됐다. 그 출발점은 선두 탈환에 도전하는 대한항공과 감독 경질 후 분위기가 바뀐 6위 현대캐피탈의 시즌 다섯 번째 대결일 펼쳐졌다. 물론 앞선 4경기에서는 대한항공이 전승을 거뒀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가 어렵기도…그러나 4라운드 경기처럼 이날도 풀세트 접전 끝에 승부가 결정됐다. 하지만 결과는 대한항공이 아닌 현대캐피탈이 세트 스코어 3-2(25-21, 25-18, 21-25, 26-28, 15-12)로 승리하며 각종 사슬(?)을 끊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승리로 시즌 대한항공전 4연패 탈출 및 지난해 챔프전까지 포함해 8연패 사슬을 끊었다. 심지어 계양 체육관에서는 3년 만에 승리를 따내는 등 일단 ‘연패’라는 지긋지긋한 사실을 끊었다. 게다가 승점 3점 추가에 실패했지만 승리와 2점을 따내면서 중위권 도약을 위한 간격을 좁혔다.
‘높이’를 되찾은 현대캐피탈 확실한 기선제압
1-2세트는 사실 현대캐피탈의 높이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무라드 칸이 부진했지만, 임동혁이라는 토종 에이스가 모든 것을 해결해줬다. 물론 전체적으로 공격수와 세터의 리듬이 맞지 않았고, 흐름이 이어지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생각보다 좋은 모습이었다. 어차피 과거의 영광은 과거일 뿐. 현재는 대한항공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2세트는 현대캐피탈의 높이가 빛났다.
1세트 현대캐피탈은 6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반면 대한항공은 1개. 개수의 차이도 있지만 그만큼 현대캐피탈은 분위기와 흐름을 리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던 것이다. 현대캐피탈 OH 허수봉은 블로킹 3개로 상대 주공격수의 공격을 확실하게 차단했다.
또한, 세트 초반 허수봉(1개)과 전광인(2개)이 무라드의 공격을 연속으로 차단하면서 그를 코트 밖으로 내몰았다. 2세트에서는 대한항공 정지석이 3개의 블로킹를 잡아냈다. 특히 정지석은 1세트 1개, 2세트 2개 등 아흐메드의 공격을 확실하게 차단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5개의 블로킹으로 대한항공에게 상승세가 아닌 찬물을 끼얹었던 것. 모처럼 현대캐피탈의 전통적인 팀 색깔을 발휘했다.
정한용 Time…위기를 극복해내다
경기를 내줄 위기에 몰려 있던 대한항공. 그러나 역시 강팀은 강팀이었다. 교체 멤버들이 주전 그 이상의 활약을 해주는 팀. 그래서 결코 쉽게 끝나지 않는 팀이 바로 대한항공이었다.
3세트 곽승석 대신에 들어온 정한용. 한때 정지석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넘어 팀을 이끌어 갔던 젊은 피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부진에 빠지면서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특히 정지석이 복귀하면서 플레이 타임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래서였을까? 정한용은 찾아온 기회를 그냥 놓치지 않았다.
3세트를 돌아보면 그냥 ‘정한용’이라는 이름밖에 안 떠오른다. 즉 정한용 혼자 팀을 이끌었다고 해야 할까? 정한용은 3세트에만 7득점을 성공시켰다. 특히 2개의 블로킹으로 아흐메드 공격도 확실하게 차단했고, 공격에서도 3세트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이후 세트에서 서브에서는 좋은 리듬은 아니었지만, 벼랑 끝의 팀을 구해냈다.
김명관…제발 봉인해야 할…
3세트를 따낸 대한항공. 4세트도 거세게 몰아붙였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대캐피탈도 세트 중반 이후 허수봉의 블로킹과 이준협의 서브 에이스 등 연속 4득점을 몰아치며 15-17의 경기를 19-17로 뒤집었다. 20점 고지에서는 역전을 허용했지만 끈질기게 시소게임을 하면서 밀리지 않았다. 다만 듀스 상황에서 두 번의 뻘짓이(?) 발생했다.
24-25로 세트 포인트에 몰린 상황.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명관의 이단 패스 페인팅이 나왔고, 임동혁의 백어택. 이것이 아웃이 됐으니 듀스가 된 것이다. 아니었으면 세트가 끝날 상황. 이후 26-26에서 김명관은 다시 한번 이단 패스 페인팅을 시도했다. 결과는 상대가 편안하게 받아서 임동혁이 오픈 공격을 하면서 26-27로 역전이 됐다.
리시브가 제대로 오지 않더라도 그냥 오픈 공격을 시켰어야 했다. 이러나저러나 실점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간혹 이런 것이 상대 허를 찌를 수 있다. 그런데 김명관은 너무 자주한다. 이 부분은 코칭스태프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이런 플레이로 기회를 날리는 것이 허를 찌르는 것보다 많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블로킹이었다
어쨌든 승부는 파이널 세트로 돌입했다. 사실 5세트는 대한항공이 우위를 점한 것 같았다. 물론 현대캐피탈이 8점까지는 앞서는 경기를 했지만 말이다. 어차피 현대캐피탈보다 대한항공이 더 탄탄하니까 박빙으로 가면 밀릴 수 밖에…
그런데 10-11에서 임동혁의 서브 범실로 동점을 만든 현대캐피탈은 아흐메드가 강력한 서브를 성공시키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12-12에서 정지석의 서브 범실로 13점에 오른 현대캐피탈은 이후 임동혁의 공격을 허수봉이 차단하면서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그리고 4세트 두 번의 뻘짓(?)으로 팀을 위기에 빠뜨렸던 김명관이 정한용의 C퀵을 막아내면서 길고 길었던 승부를 끝냈다.
이날 승부로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에게 자신감을 찾았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연패를 끊었고, 중위권 도약을 위한 중요한 승점을 따냈다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진 :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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