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정을 보면 중요할 때 범실이 속출한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앞서 나가다 한순간에 무너지며 위기관리를 못 한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실험 정신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현대캐피탈은 개막전 대한항공과 경기에 이어서 18일 우리카드와의 장충 경기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0-3(17-25, 19-25, 24-26)으로 시즌 두 번째이자 2경기 연속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아직 2경기를 치렀으니 언젠가 귀신같이(?) 순위권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지만…참으로 암울하고 이해 안 되는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이날 경기는 당분간 대표적인 사례이자 표본이 될 것 같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라인업
내부적인 상황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상식(?)을 벗어난 방법을 써야 할까?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최태웅 감독은 허수봉을 OH로 내세웠다. 그리고 김선호가 전광인 대신 스타팅으로 나왔다. 중앙에는 페이창과 박상하가 나섰다.
실제로 부상 혹은 정상 컨디션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박상하-최민호가 경기에 뛸 수 없을 정도. 그래서 허수봉이 MB로 뛰어야 할 상황.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박상하는 경기를 뛸 정도로 회복이 된 것일까? 뭐 어쨌든 그렇다고 치자. 리시브 때문에 김선호를 OH로 내보내면 공격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허수봉-전광인 외에 공격수를 육성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공격력이 없는 선수를 선택하는 것도 문제다.
더 문제는 허수봉이 출발은 OH였으나 2세트에는 MB로 3세트에는 갑자기 OH 등 경기 중에도 포지션에 바뀌었다. 오락도 아니고 선수가 갑자기 변화되는 포지션에 적응할 수 있을까? 점유율이 낮기는 했어도 9득점에 그친 것. 과연 선수 탓인가?
어차피 허수봉을 OP로 쓸 생각이 없기에 아흐메드를 선택했다면…아닌 말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OH에 두고 리시브가 터져도 그냥 놔둬야 한다. 그래야만 최태웅 감독이 말하는 미래라는 것이 있는 법. 어쨌든 1-2세트를 내주자 3세트는 현재 현대캐피탈이 가동할 수 있는 BEST 라인업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렇다고 경기를 쉽게 뒤집을 수 있었을까? 그럴 수는 없었다.
제대로 된 선수 선택만 해도 셧아웃 행진은 안 할 것 같다.
이현승의 춤추는 토스
제발 작전 타임 시간에 정상적인 지시가 이어지길 바란다. 단순히 용기를 줄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이상한 모습이 보이는데 왜 그 부분은 지적하지 않는 것일까?
공격수들이 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흐메드를 제외하고 세터 이현승과 호흡이 맞는 선수가 없었다. 김선호의 경우는 1세트 초반 몇 차례 공격을 했는데 거의 누워서 공을 때렸다. 이는 허수봉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중앙에서 페이창이나 박상하와 속공 호흡은 기가 막히게 맞지 않았다.
심지어 1세트 중반에는 흔들리다가 정신 줄을 놔버렸다. 그 결과 이준엽과 교체된 것.
오프시즌 때 여러 이유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 그나마 아흐메드에게 올라가는 토스는 워낙 잘 처리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레프트쪽 토스는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누가 더 낫고 못 하고를 떠나서 이현승이 이런 식으로 경기를 운영한다면 주전 세터를 바꿔야 한다. 그게 팀이 살길이다. 반면 우리카드의 한태준은 첫 경기에 이어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참고로 이현승은 어쨌든 지난 시즌 준우승 세터였다. 그런데 왜 이러는 것일까?
또한, 토스 자체가 불안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현승의 더 큰 문제는 아흐메드만 본다는 것이다. 이날도 아흐메드는 49.4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1세트였는지, 2세트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공격 점유율이 무려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몰빵 배구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손발이 안 맞는다고 다른 공격 옵션을 배제한다면 언제 호흡을 맞추는가? 어차피 아흐메드가 확실한 카드라면 다른 쪽의 옵션을 과감하게 쓰면서 맞춰가는 것이 정상 아닌가? 그런데도 주구장창 아흐메드만 바라봤다. 그런데도 벤치에서는 지적하지 않는다. 낙관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새가슴에서 언제쯤 탈피하나?
도무지 변화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잘 싸우고 있다가 한순간에 어긋나면 회복이 안 된다. 그 옛날 삼성화재와 리그를 양분하던 시절에도 그랬다. 그나마 최태웅 감독 체제에서는 조금 변화가 일어나는가 싶었는데 이제는 위기에서 반전을 만들어 낼 카드가 사라졌다.
문성민은 최태웅 감독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다. 신영석은 없다. 전광인도 정상 상태가 아니고, 허수봉은 감독이 망가뜨리고 있다.
물론 잘 안 풀릴 때는 3-4점도 순식간에 줄 수 있다. 그런데 빨리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힘이 없다. 그러면서 강팀, 화려한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1세트 12-12에서 무려 4점을 내줬다. 12점이 된 시점부터 하면 5점을 내줬던 것. 이런 분위기를 끊어줄 용병도 없다.
2세트에는 3-7점까지 연속으로 내줬고, 3세트에서는 3연속 실점을 3번이나 허용했고, 연속 실점을 즐겨(?) 했다. 공격 옵션도 많지 않는(?) 팀이 연속 실점을 취미 삼아 한다면…
사진 :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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