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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용병/현대 유니콘스

추억의 용병 09 - '고집'으로 망한 J. R. 필립스

by 특급용병 2023.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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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외국인 선수 규정이 기존 2명 보유 2명 출전에서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확대됐다. 이에 현대는 외국인 선수 운영을 타자 2, 투수 1명으로 방향 설정을 했다. 2000년 한국시리즈 MVP에 빛나는 탐 퀸란과 재계약을 하고 다른 한 자리에 4번 타자 자원으로 왼손 거포 ‘J. R. 필립스와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8만 달러 등 총액 18만 달러에 계약을 했다. 다만 그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18만 달러가 구라(?)라는 것은 명백하게 확실했다.

 

필립스는 1988ML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캘리포니아에 지명을 받았다. 이후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토론토, 필라델피아, 휴스턴, 콜로라도 등 메이저리그 통산 7시즌 동안 242경기에 출전하며 당시 우리나라 야구 수준으로는 화려한 커리어를 소유한 인물이었다. 참고로 하드볼 5에도 등장한다. 필립스는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207홈런을 기록했고, 1999년에는 41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현대가 그토록(?) 찾던 왼손 거포로 이미 검증(?)이 끝난 인물이었다.

 

사실 필립스의 한국행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현대는 필립스의 영입을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작업에 들어가며 반드시 그를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2000년 영입하려고 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2001년 현대 유니폼을 입으면서 현대의 오랜 염원이던(?) 왼손 거포 부재를 한 방에 해결하게 될 것으로 보였다.

 

팀에 합류한 그는 동료들과도 잘 융화되면서 환경 적응에도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한국 음식 문화에도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기량이 문제였다. 시범경기에서의 부진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이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여전히 한국야구를 한 수 아래로 생각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당시에는 더욱 심했다. 특히 자기 프라이드가 강한 선수들은 마치 배리 본즈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스윙으로만 일관했다. 필리스 역시 그랬다. 바깥쪽으로 흐르는 변화구에는 사실상 답이 없던 인물이었다. 결국, 현대에서 원하던 4번 타자는 없고 무늬만 용병으로 남았다.

 

필립스의 부진이 이어지자 현대는 5월 안에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래서였던 것일까? 얼어붙어 있던 필립스의 방망이가 녹다 못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구단이 필립스 퇴출을 철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그는 4번이 아닌 6번이나 7번 타자로 나섰지만, 극단적인 잡아당기기에서 밀어치는 모습을 보이며 약간의 희망을 심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자기 고집을 버리지 못하며 단 66경기만을 뛰며 타율 0.261 홈런 1546타점으로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7월 퇴출을 당했다. 마이너리그로 돌아가는 필립스는 2005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필립스는 현대에서 2년 이상 공을 들인 선수였다. 현대 외국인 역사에서 커리어만 놓고 보면 에디 윌리엄스 다음가는 선수였다. 그렇기에 4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팀 역사상 가장 강력한 4번 타자로 많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커리어는 독이 됐다. KBO리그는 그가 뛰던 무대보다 한 수 아래였던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한 수 아래의 리그에서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변화를 줬어야 했는데 자기 프라이드에 도취해서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 것은 퇴출이라는 비극을 낳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 윌리엄스와 함께 가장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선수였다. 그러나 윌리엄스에 이어서 실망감만 남기고 떠난 인물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자존심을 버리고 도전하는 자세로 한국에서 뛰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현대의 숙원이던 왼손 거포 부재를 완벽하게 해결해 주지 않았을까또한, 당시 홈런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풀타임으로 뛰었다면 많은 홈런도 기록했었을 것이다.

 

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인물이다.

 

● Charles Gene Phillips - 한국명 : J.R 필립스

● 1970년 4월 29일생

● 좌투/좌타/내야수

● 1988년 ML 드래프트 4라운드 캘리포니아 지명(전체91순위)

● 1993년 9월 3일 ML데뷔

● 주요 경력 : 1993-1996 샌프란시스코 -> 1997-1998 휴스턴 -> 1999 콜로라도 -> 2001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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