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에 이어 브링클리도 실패한 카드로 끝나자 현대는 새로운 선수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리고 현대가 원하는 선수는 1루수 출신의 거포였다.
그리고 현대는 원하는 선수를 찾았다. 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로 승격되자 계약이 무산됐다. 그래서 삼성에서 웨이버 공시로 풀린 찰스 스미스에게로 눈을 돌렸다. 다만 시즌 성적 역순으로 우선권이 주어지면서 스미스의 영입은 물거품이 됐다. 만약 현대가 스미스를 영입했다면 완벽한 라인업 구축이 가능했을 것이다(자세한 이야기는 LG 편에서…).
어쨌든 현대는 차선책(?)으로 거포형 1루수가 아닌 콜로라도 출신의 외야수 ‘버바 카펜터’를 선택했고, 남은 기간(4개월) 연봉 10만 달러에 계약했다.
카펜터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던 선수였지만 현대와 계약 직전,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콜로라도 소속으로 15경기를 뛰며 타율 0.222와 홈런 3개 5타점을 기록했다.
8월에 팀에 합류한 카펜터는 역시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현대는 완벽에 가까운 라인업을 구축했기 때문에 카펜터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어쩌면 그에게는 ‘계륵’이라는 표현도 아까운 수준이었다.
카펜터는 사실 ‘수비형 용병’에 가까운 선수였다. 김재박 감독은 그를 하위 타순에 배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한숨을 토로하기도…어쨌든 카펜터는 2000시즌 43경기를 뛰며 홈런 3개 12타점 타율 0.290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나가는 외인에 불과했던 카펜터. 그에게도 잠깐의 ‘봄날(?)’이 있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현대는 예상외로 고전하며 0-2로 리드를 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카펜터가 동점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을 돌린 데 이어 다음 타석에서는 역전 2타점 2루타로 1차전 승리를 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한 번 터진 그의 방망이는 쉽게 식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홈런을 기록하는 등은 플레이오프 4경기를 뛰며 14타수 6안타 1홈런 6타점으로 타율 0.429로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리고 카펜터는 플레이오프 MVP로 뽑혔던 것…
다만 이런 폭발적인 타격감이 플레이오프에서 끝났다는 것이다. 한국시리즈에서 5번 타자로 출전한 그는 3차전 2안타를 제외하고 무안타 행진을 했다. 그리고 6차전에서는 급기야 선발에서 제외됐고, 7차전은 벤치를 지켜야 했다. 카펜터는 한국시리즈 6경기 15타수 2안타 타율 0.133에 그치며 한국 생활을 마감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카펜터가 한국생활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연장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자신이 살 주택을 마련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현대는 그와 재계약 의사가 없었고, 다른 구단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 카펜터는 마이너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다가 2003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당시 박종훈 코치는 카펜터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마이너리그 당시 밸런스가 좋은 자세로 장타력을 생산해냈던 것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타격할 때 어깨가 일찍 열려 힘을 실어 보내지 못하는 자세로 변질, 상체에만 의존하는 스윙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2001년 외국인 타자들을 생각하면 카펜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성은 참 좋았던 인물이 카펜터였다.
은퇴 후 근황에 대해 알려지지 않고 있다.
● Charles Sydney Carpenter - 한국명 : 버바 카펜터
● 1968년 06월 23일생
● 좌투/좌타/외야수
● 주요 경력 : 2000 콜로라도 ->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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