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에서 “승패를 떠나…”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정리하면 승패를 떠나 양 팀 선수에게 모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승패와 관계없이 이날 코트를 누볐던 베테랑 선수 한 명을 주목해보고 싶다.
문. 성. 민.
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때, 현대캐피탈 공격의 한 축으로 코트를 누볐던 인물.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의 플레이 타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가 공격수로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나이 계산법이 바뀌면서 한 살이 줄어들었지만(?), 문성민도 어느덧 마흔 살을 바라보고 있다니 세월이 참…
어쨌든 전광인이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그 자리에 문성민이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 문성민보다 나은 자원도 없지만, 어차피 문성민이 올 시즌 풀타임으로 경기를 소화한 적도 없고, 포지션 구성이 애매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변칙이자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 어쩌면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을지…왼쪽에 오레올-홍동선, 중앙에 최민호-허수봉을 세우는 대신에 문성민을 오른쪽에 세운 것이다. 과거에는 흔히 있던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낯선 풍경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양 팀은 피 튀기는(?) 접전을 펼친 끝에 승리했고, 문성민은 풀세트 접전을 펼치는 동안 모든 세트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물론 공격 점유율에서는 오레올이 40%, 허수봉이 20%를 차지했지만, 문성민도 18.18%로 결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역전의 용사(?) 문성민은 실패한 카드가 아닌 베테랑의 품격을 숨막히는 접전 속에서 발휘했다.
이날 문성민은 18득점 성공률 70%를 기록했다. 또한, 20번의 공격 기회 속에서 14개의 공격을 성공 시켰다. 추가로 서브 에이스 1개, 블로킹 3개를 성공시켰다. 한창때도 블로킹이 아쉬웠던 그였지만 이날은 비교적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100% 발휘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현대캐피탈은 1차전 짜릿한 승리를 통해 챔프전까지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모처럼 문성민의 활약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이제 그의 플레이 타임은 그리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경기가 아니었을지…
요즘 팬들은 ‘정신력’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 ‘올드하다’고 비웃기도 한다. 사실 문성민이 코트에서 어떤 영향력을 얼마나 끼쳤는지 수치로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광인이 빠져 있는 상황. 과거와 달리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진출로 큰 무대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성민의 활약은 누군가에게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고,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 1차전 현대캐피탈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문성민을 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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