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걱정보다 다시 끝판왕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면 될 것 같다.
3일 대구 구장은 많은 이에게 심지어 일본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곳이었다. 일본 선수의 데뷔전도 아니고…오타니나 다르빗슈가 출전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한국 최고의 마무리, 그리고 한때 일본 야구에서도 강력한 마무리로 뛰었던 그가 마무리가 아닌 선발로 등판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복귀 후 오승환은 예전의 강력함을 잃었다.
무엇보다도 올 시즌 극도의 부진으로 마무리에서 잠시 자리를 내려와야 했다. 그러던 중에 깜짝 선발 등판을 한 것. 그러나 출발은 쉽지 않았다.
1회초 오승환은 5이닝이 아니라 당장 강판될 것처럼 보였다.
선두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이후 박찬혁에게 2루타, 김혜성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그리고 곧바로 러셀에게도 2루타를 허용하며 실망스러운 출발을 보였다. 2회초에도 2사 후 이지영에게 안타, 이정후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세 번째 실점을 했다. 하지만 1회 김혜성에게 투런 홈런을 맞은 후, 김혜성이 벤치에서 동료의 질문에 대답하는 입모양은 “볼 좋아”라고 한 것 같았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2회 박찬혁을 시작으로 5회까지 10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오승환의 진가를 증명한 것이다.
오승환은 데뷔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5이닝 5피안타 3실점 6탈삼진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그의 첫 경험은 성공적이었다.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이닝과 함께 73개의 투구로 가장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며 그렇게 경기를 마감했다.
이날의 경험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오승환이 반드시 부활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이날의 경험은 베테랑 오승환에게 새로운 경험이자 약이 됐을 것이라고 본다. 분명 전성기 모습은 없지만 그래도 본인의 모습과 자신감을 회복했을 계기가 됐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마무리 투수가 극도로 부진할 때는 이렇게 길게 던져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차피 아무리 코치가 조언해도 스스로 자신감을 찾거나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조언도 무용지물이기 때문…게다가 요즘 최강 야구를 보면 최고로 군림하던 선수들이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다시 깨닫게 되면 100%, 전성기 기량은 아니라도 몸은 기억하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의 선발 등판은 매우 쇼킹했고, 스스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리고 박진만 감독의 뚝심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팀이 어려워도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그리고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나중에 이 한 경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그런데 베테랑 선수의 부활을 위해 불확실한 베테랑의 선발 등판을 밀어붙인 것. 분명 이런 선택은 오승환이 완벽하게 부활하지는 못해도 선수단이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경기는 패했지만…
그러나 이날의 선택으로 앞으로 오승환과 삼성 그리고 박진만 감독의 행보가 매우 기대된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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