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선택한 스코비가 시작부터 부진하자 우리 히어로즈(이하 히어로즈)는 일찌감치 퇴출을 선택했다. 그리고 새로운 선수를 물색했으나 아무도 이들을 믿지 않았다. 창단 과정부터 개막까지 너무 많은 거짓(?)된 행동으로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이번에는(?) 거짓된 행위를 하지 않았다.
히어로즈는 스코비의 대체 자원으로 계약금 6만 달러 연봉 12만 달러 등 총액 18만 달러에 일본 야쿠르트 출신의 우완 투수 ‘다카쓰 신고’를 영입했다.
일본 야구에 관심이 없는 팬들은 잘 모르는 선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카쓰는 KBO리그에서 뛴 일본인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한 인물이었다.
1991년 야쿠르트에 입단해 2004-2005년을 제외하고 무려 15시즌 동안 야쿠르트의 수호신으로 활약하며 일본 통산 286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는 2007시즌이 종료된 시점에서 일본 프로야구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이었다. 구원왕 4회(1994, 1999, 2001, 2003년)를 달성했다. 심지어 2004년과 2005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27세이브를 올리는 등 커리어는 당시 리그에서 뛰던 외국인 투수들과 비교해서 전혀 떨어질 것이 없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다카쓰를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첫째 마무리 투수로 구속이 느리다는 것이었다. 가끔 140km를 기록하지만 130km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퀵모션에 약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KBO리그에서는 모 해설위원이 중계만 하면 퀵모션을 외치면서 퀵모션 열풍이 일어났다. 심지어 퀵모션이 외인 투수의 전부인 것처럼…하지만 기량이 훌륭한 선수는 퀵모션이고 뭐고 관계없다는 사실) 마지막 세 번째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시선은 정확하게 틀렸다.
다카쓰는 6월 24일 KBO리그 데뷔 전에서 1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1.2이닝 무실점 경기를 한 후 곧바로 27일부터 ‘히어로즈의 마무리’로 입성했다. 다카쓰는 28일 LG전 8회 1사 1,2루 상황에서 등판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한국 무대 첫 세이브와 한-미-일 3개국에서 모두 세이브를 달성한 진기록을 소유한 투수가 됐다.
느린 구속 때문에 공략이 쉬워 보였지만 다카쓰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노련함으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무력화시켰다. 또한, KBO에서 8경기 만에 퀵모션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당시 히어로즈 구단 자체는 ‘정체불명’의 팀이었다. 그러나 다카쓰 만큼은 최고의 스타였다. 다만 히어로즈가 많이 이길 수 없는 팀인데 외국인 선수를 마무리 투수로 영입했다는 것은…
어쨌든 2008시즌 다카쓰는 18경기에 등판 1승 무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0.86을 기록하며 어쨌든 한국에서도 ‘미스터 제로’로 활약했다. 하지만 시즌 후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히어로즈의 신임 감독이 외국인 선수 카드를 공격력 보강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한국에서 뛰기를 원했던 다카쓰. 그러나 국내에 그 어떤 구단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한국을 떠나게 됐고, 이후 대만에서 한 시즌을 더 뛰고 은퇴해 야쿠르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한국에서 뛰던 당시 다카쓰의 80-90km의 구종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혹자들은 싱커. 혹자들은 커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영업 비밀’이라고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쉽게 공략할 수 있어 보였고, 불안불안하기도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던 선수. 만약 다카쓰가 한국에서 풀타임으로 뛰었다면 어떤 성적을 냈을까?
히어로즈의 창단 첫해는 여러 가지로 어수선했다. 그 속에서도 다카쓰의 한국행은 유일하게 시끄러웠지만(?) 긍정적인 요소였다.
목동 야구장은 항상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다카쓰의 입단으로 한동안 일본 NHK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차 한국에 방문…일본인들 덕분에 적어도 백네트 쪽 본부석은 한동안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기도 했다. 앞서도 잠깐 소개했지만 다카쓰는 야쿠르트에서 투수 코치로 활동하다가 2020년부터 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2021년에는 리그 우승과 일본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에도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일본 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다. 이후 최근 2시즌 동안에는 리그 5위로 부진했음에도 내년 시즌 다시 지휘봉을 잡게 됐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한국에서는 일본야구를 접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사실이다.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없지만 지도자로 좋은 활약을 하기를…
● たかつ しんご - 한국명 : 다카쓰 신고
● 1968년 11월 25일생
● 우완투수
● 1991드래프트 3순위 야쿠르트 입단
● 주요 경력 : 1991-2003 야쿠르트-> 2004 시카고W -> 2005 뉴욕M -> 2006-2007 야쿠르트 -> 2008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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