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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현장 돋보기

[관람 후기] KT, 10위인 이유를 완전하게 보여주다

by 특급용병 202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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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수원 야구장을 찾았다.

 

오랜만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후 수원 야구장은 갈 수도 없었고, 찾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가 있어서 수원 야구장을 찾게 됐다.

 

그 옛날(?)과 비교하면 너무도 달라진 야구장 풍경 및 야구장 근처의 풍경들그 시절과 달리 번화(?)해졌다고 해야 할까? 없던 것도 많이 생겼고, 뭐 그랬다. 다만 야구장 구석구석에는 그 시절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KT 위즈파크는 신축이 아니었기에

가장 먼저 매표소 풍경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1, 2층을 말하기도 뭐 했는데 이제는 5층까지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존부터 외야 잔디 존까지많이 변했다. 무엇보다도 과거와 비교하면 그 시절에는 야구장이 꾸며지지는 않았지만 깔끔하다고 해야 할까? 비록 규모는 작지만, 야구 보기에 좋았던 야구장이 수원 구장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야구장은 그때보다 더 커지고 웅장한 느낌이었다. 특히 외야에서 볼 때는 과거에 비해 더 시원하게 탁 트인 시야를 자랑했다. 다만 각종 전광판과 의자 색깔 등이 산만하다는 인상도마법사들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무튼 고향에 온 것처럼 반갑고 설레고 이날은 야구보다 야구장 풍경 구경하는 것이 더 좋았다고 할까?

불펜 피칭 중인 벤자민

어쨌든 KT 선발 웨스 벤자민, NC 선발 에릭 페디의 맞대결로 주중 시리즈 첫판이 시작됐다. 페디는 NC 부동의 에이스이고,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투수. 무게감에서 벤자민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그러나 외국인 투수의 시원시원한 피칭 대결을 기대하기도 했다. 물론 그 꿈은 시작부터 조각났다.

 

NC 페디는 최고 152km의 빠른 볼로 타자를 압도하며 깔끔한 피칭을 했지만 벤자민은 최고 148km 평균 140km 중반 정도의 구속을 기록. 문제는 컨트롤과 결정구 부재로 풀카운트 싸움을 많이 하며 어려운 경기를 한 것이다. 1회초에도 2사 만루의 위기가 있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2회에도 비슷한 길을 걷더니 결국에는 실점을 했다.

 

다만! 벤자민이 힘겨운 싸움을 하는데 야수들이 더욱 힘들게 만들었던 것. 11,2루에서 손아섭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다시 한번 끄는 듯 했다. 그러나 박민우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준 것.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알포드에게 볼을 받은 3루수 강민성이 2루에 송구했다. 사실 던질 필요도 없었고, 나오지 말아야 할 실책이었다. 이어서 박건우의 3루 직서타도 놓치면서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오며 0-3이 된 것.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KBO리그 야수들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 기본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비단 강민성의 문제가 아니다. 최강야구와 경기를 했던 KT 2군은 할 말을 잊게 한다. 레전드라고 하나 은퇴한 지 시간이 지난 선수들보다 현역 선수들이 수비를 더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비를 무시하고 공격력만 강조하는 지도자들의 풍토가 만들어냈고, 프로는 물론 아마 지도자들도 선수들의 기본기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훈련 부족이다. 정근우-최정의 프로 초년병 시절 수비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 최고의 선수로 설 수 있었던 것은 공격력이 전부는 아니었다. 죽을 만큼 수비 훈련을 받았기에 최고의 선수가 됐던 것. 또 다른 예로 삼성 감독 박진만은 프로 9년차 시절에도 김재박 감독이 그에게 강력한 살인 펑고를 칠 정도로 수비 기본기를 강조했다.

 

타고난 감각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훈련과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 왜냐하면, 프로 선수가 될 정도면 나름 아마시절에 난다 긴다 할 정도로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수비 2개가 팀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부분이기도

 

물론 KT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ERA 0점대를 기록 중이 퍼디를 강력한 한방으로 공략했다. 2회말 선두 타자 강백호가 중월 솔로포로 1점을 곧바로 따라 붙었고, 3회말에는 알포드가 밀어서 투런 홈런을 기록하며 3-3 동점과 고요하던 KT 응원단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었다.

벤자민이 시작부터 투구수가 너무 많아서 4회도 끝내지 못했고, 이어 나온 투수들은 항복을 위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조이현-박세진 답이 없었다. 4회 역전을 허용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5회와 6회 빅이닝을 만들어준 것은 선수의 문제가 있겠지만 벤치의 문제가 더 크다. 벤자민이 위험한데도 불구 불펜에 준비를 안 시켰고, 경기를 버리지 않았다면 조이현-박세진 카드를 써서는 안 됐다. 하지만 한 3회부터 조이현-박세진이 몸을 풀었다. 화요일 경기가 남은 일정을 위한 전략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강철 감독은 일찌감치 경기를 버렸다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

 

페디는 6이닝 3실점으로 ERA1점대가 됐지만 시즌 5승째를 거뒀다. 반면 KT4연패 늪에서 허우적 됐다. 부상 전력이 돌아오면 반격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벤자민-슐서 이들은 올 시즌 실패작이 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타자만 만나면 답이 안 보이는 그런 투수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찾은 수원 야구장. 승패는 상관없다. 그냥 야구를 즐기러 왔지만 일단 너무 지루한 경기에 일찌감치 박살난 경기를 보게 된 것이 아쉬웠다.

폰카로 촬영해서 쓸모 없지만 기념으로…

물론 페인트 칠도 하고 보수했겠지만...이 기둥과 바닥만이 그 옛날의 냄새를 느낄 수 있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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