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을 꿈꾸는 이들, 그리고 구단들도 이제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
지난 2일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야구계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어쩌면 두산 팬들은 그러지 않았을 것…
그런데 사실 이승엽 감독이 사임한 것보다 충격적인 것은 한국에 지도자 자원이 점점 줄어들고 지도자 자격이 없는 인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붙박이 2군 은퇴 후 바로 코치로…
언제부터인가 한국 프로야구는 ‘젊은 지도자’에 대한 선호가 강해졌다. 그 결과 베테랑 지도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물론 경험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지도자는 아니다. 하지만 젊은 지도자라고 해서 ‘스마트’하고 ‘트렌드’를 잘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준비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처음부터 경험을 갖춘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도자로 생활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출발부터 철저하게 준비를 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도자로 준비가 없이 현역에 있다가 선수들과 소통이 원활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바로 현장에 투입한다.
더욱 문제는 냉정하게 말해서 ‘슈퍼스타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라는 속설이 오랜 세월 내려오고 있지만, 사실 옳은 말도 아니다. 현역 커리어 내내 1군보다 2군에 더 오랜 시간을 보냈던 이들이 지도자로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은 도대체 어떤 근거일까?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겪고, 2군에서의 경험이 스타급 선수들과 달리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더욱 문제는 프로에서 오랜 기간 뛰지 않고 은퇴한 선수들이 코치가 되는 일도 있다. 이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역을 은퇴한 후에 지도자가 되려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퓨처스 코치라도…그냥 감독이나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지도자라면 지도자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준비가 없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설령 리그 스타급 선수가 곧바로 은퇴 후 코치로 출발한다고 해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역시나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코치는 No! 그러나 감독으로…?
가장 큰 문제는 한 때 리그를 호령하던 스타급 선수들이 지도자로 현장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현재 70년대생들은 코치로 활약하다가 감독이 된 이들이 많다. 그런데 80년대생들은 지도자로 현장에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 대신에 해설이나 방송계로 포진해 있다.
개인의 선택이니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들 가운데 만약 감독으로 오퍼가 오면 수락하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도자로 경험이 없으면서 혹은 지도자로 출발도 안 하면서 감독은 하겠다?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고 그런 이들이 감독이 되면 구단을 망가뜨리고 팬들을 떠나게 만드는 행위다.
이승엽 감독의 경우,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KBO리그에서 레전드 중 레전드다. 다만 그가 가지고 있는 야구관은 선수로서 지금까지 팬들에게 보여줬을 뿐이다. 지도자로서의 그의 야구 철학은 본인 스스로 얼마나 형성했는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코치 경험도 없었고, 현장 경험(?)이라면 해설을 약간했던 것.
필자는 지금 이승엽 전 감독을 도마 위에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승엽 감독은 코치 생활을 하지 않고 감독이 된 사례다. 그런데 현재 은퇴 선수들 가운데 이런 신분(?)을 기대하는 이들이 비교적 많은 것 같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다.
최근 야구의 흐름은 ‘세이버 매트릭스를 아느냐? 모르느냐?’인 것 같다. 근데 특별히 해설을 하면 이런 쪽에도 공부하거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야구인들은 알 것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기록의 스포츠’이다. 그러나 그 기록은 늘 맞지 않는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데이터, 통계, 기록, 세이버…이런 부분에서 준비가 잘 되어 있고, 어느 정도 잘 대입/활용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치/숫자에 나타나지 않는 멘탈, 컨디션 등은 감독의 감(?) 경험 등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코치가 되는 것을 꺼려한다.
한 스타 출신의 해설위원은 유튜브에서 코치 환경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 바 있다. 그 자체는 의미 있지만, 과연 그것이 ‘준비 없이’ 지도자로 복귀하려는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역 시절에도 열악한 처우 속에서 묵묵히 버틴 무명 선수들이 많았고, 지금 유튜브나 방송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은 분명 그들과는 경제적 상황이 다르다. 그들이 코치 월급으로 생계를 걱정해야 할 일은 거의 없다.
결국 지도자는 선수가 아니다. 아무리 슈퍼스타였더라도 무명 출신의 10년 차 코치보다 못할 수 있다. 환경 탓만 하면서 정작 지도자로서의 준비와 단계를 무시하려는 태도는, 단순히 ‘코치 환경이 열악하다’라는 말로 포장될 수 없다.
현역 시절 FA도 하고 연봉도 1-2억이 아닌 그 이상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선수들이라면 사기를 당하거나 돈을 다 날리지 않았다면 코치 월급이 워낙 적어서 ‘알바’를 해야 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그런데 열악한 것만 말하는 것도…
파격적인 선택 좋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된 이들을 파격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파멸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승엽 감독과 같은 사례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는 모든 단계를 생략하고 감독으로 점프를 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지도자로 생각이 있다면 연락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지도자로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구단도 더 현명해져야 한다. 단지 팬 여론이나 이미지, 혹은 스타성만 보고 지도자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정 참신한 인물이 없다면 베테랑 지도자들도 선택했으면 한다.
올드 스쿨이네 뭐네 팬들은 투덜 거린다. 실제로 그런 지도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팀이 자주 이긴다면? 성적인 좋다면? 우승권 혹은 상위권에서 늘 놀고 있다면? 과연 감독 쫓아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응원하는 사람보다 많을까? 결국에는 성적이다. 대표적으로 지금 ‘불꽃 야구’의 김성근 감독이 과연 세이버를 따지면서 선수 기용을 하던가? 그의 야구관은 사실 올드 스쿨 중 올드 스쿨이다. 그런데도 그는 안티도 많지만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
따라서 구단도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이제 국내 야구에도 60-70대에도 활동하는 감독도 필요하고 파격적으로 젊은 이들도 필요하다. 다만 지도자, 야구 환경, 선수들이 너무 정형화되고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획일화 되는 것이 안타깝다.
끝으로 이승엽 감독이 굳이 스트레스받으면서 다시 할 생각이 없다면 모를까 언젠가 다시 부름을 기다린다면 지도자로 공부와 준비를 해서 재도전이나 어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진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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